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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2-19 15:18 최종수정 2016-02-21 12:17

부산 남구 용호동의 '장자등 일본군 포진지'를 찾은 일본 사학자들이 지하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안준영 기자
"일제 강점기 수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입니다 아프고 불편한 역사일수록 보존하고 기억해야 합니다"
일본국립역사민속박물관의 쇼지 아라카와(63) 교수의 말이다 쇼지 교수를 비롯한 일본인 사학자 4명은 지난 11일 방한해 부산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장자등 일본군 포진지'를 찾았다 일본의 근대사를 연구하는 이들은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군이 부산과 경남지역 일대에 구축한 군사시설에 관한 사료를 수집하고 있다
이들은 가장 먼저 용호동의 장자등 일본군 포진지부터 방문했다 부산·경남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포대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1930년 완공된 장자등 포진지는 높이 3m, 내부 길이 45m, 연면적 1천652㎡ 규모의 거대한 지하 요새다 1924년부터 약 600여 명의 조선인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하 공간은 1개 대대가 주둔할 수 있을 정도로 넓다 최대 사거리 30㎞가 넘는 구경 41㎝ 포대 2문이 배치돼 일대 해상 전력의 핵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종전 이후 미군이 포대를 해체한 뒤 장자등 포진지는 70여 년간 흉물처럼 방치됐다 실제 본보 취재진이 동행했을때 지하 요새 내부의 철근은 모조리 뜯겨져 나갔고, 그 자리는 각종 폐기물과 쓰레기들이 대신 들어앉은 상태였다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악취가 진동했고, 거미줄이 사방에서 달라붙었다
쇼지 교수는 "부산처럼 해안 포대가 많이 설치됐던 대마도의 경우 정부 차원의 복원작업이 이뤄져 답사는 물론 교육과 체험시설로도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장자등 포진지 복원 시도가 있었다 남구청은 2010년 자체적으로 '용호동 일본군 포진지 개발구상 및 타당성 조사'를 실시해 이 일대를 복원, 역사 체험 학습장으로 조성하고자 했다 하지만 재원 조달에 발목이 잡혀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남구문화원에서 활동한 왕정문(71) 향토사연구위원은 "이곳에 포진지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혀져 가는 실정"이라며 "간이 형태라도 일부 구간을 복원해 교육현장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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