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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3024 출처
이 글은 9년 전 (2016/4/19) 게시물이에요





<어느 한 예민충의 이야기>



나는 사람들이 예민해지기를 바란다.
몇시간 전 올라온 응답하라 1988에 대한 글을 읽었다.
나는 응답하라를 보지는 않아서 내용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할 수 없지만 글쓴이를 대하는 댓글들의 태도는 글을 쓴 사람에게도, 글을 읽으며 공감을 한 사람에게도 상처를 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나는 모든 일에 예민하려고 노력한다. 예민하지 않으면 아무도 굳이 내 말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 내가 예민하게 굴지 않으면 내 뒤에 누군가는 또 내가 겪었던 일을 겪어야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체육선생님에게 성희롱을 당한적이 있었다.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성장이 빨랐던 나는 당시 또래들보다 적어도 한뼘 반 이상은 더 컸고 가슴도 제법 나와있었다. 체육시간마다 선생님의 손길이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선생님께 밉보여서 좋을 것 없다고 생각해서 예민하게 굴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그러다가 다른 친구들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는 다는걸 알게 되었다. 다들 유달리 키가 크고 얼핏 보기에 중고등학생 같이 보이는 친구들이었다.

우리는 모여서 조심스래 담임 선생님께 말해보기로 정했다. 이런 말을 한다는 것도 부끄러웠고 평소에 남학생들에게 뺨을 때리거나 하는 일도 많았던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스러웠다. 선생님은 아무런 조치도 취해주지 않으셨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 고민 편지함에 다같이 글을 쓰기로 했다. 각자 한통씩 편지를 썼고 다 함께 편지통에 편지를 넣었다.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편지를 써서 교장실 문틈 밑으로 밀어 넣었다. 교장선생님께서 읽으면 분명 체육선생님은 학교를 그만 두실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역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곧 학년을 올라가 그 선생님을 만나지 않게 되었고 굳이 문제를 만들지 말자, 예민하게 굴지 말하고 자기 위안을 하며 그 문제를 잊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비겁했다. 그 선생님은 아마 정년퇴임까지 그 학교를 계속 다니셨을 것이고 아직도 연금을 받으며 잘 살고 있을 것이다. 내 뒤로 누군가는 또 그 선생님에게 그런 일을 겪었을 것이며 누군가의 간절한 목소리를 묵살되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 예민하게 굴었어야 했고 교장실 앞에 누워서 소리를 지르며 울 지언정 그 문제를 알렸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침묵하기로 마음 먹었고 누군가는 나로 인해 상처받았을 것이다.

선생님들과 교장선생님은 굳이 내 말을 들어줄 필요가 없었다. 나는 미움을 받고 예민하다고 손가락질을 받아도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발악이라도 했어야 했다.

중학교때 나는 정말 공부만 하는 학생이었다. 안경에 덥수룩한 머리에 벙벙한 교복을 입은 쓱 지나가도 모를 그런 반에 있을 법한 학생... 그런 나에게 내 뒤에 앉던 소위말하는 노는 남자애가 지우개를 던졌다. 돌아보자 이렇게 말을 했다. "따먹고 싶네." 순간 당황해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뭐?"하고 반문하자 가슴과 엉덩이를 뜻하는 손 제스쳐를 취하면서 "따먹어 버리고 싶다고 이"라고 똑바로 내 얼굴을 보고 말을 했다. 이번에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외모에 대한 자존감이 많이 없던 시기라 사람들이 내 말을 믿어주지 않을까 두려웠다. 인기가 많고 잘생겼던 아이라 "그런애가 왜 너한테 그런말을 해?"라는 반응이 나올까봐 겁이났다. 말 한마디 가지고 니가 오버하는거야라는 친구들의 비난을 듣고 싶지가 않았다.

그때도 나는 비겁했다. 그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 피해자였을거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가끔 그 일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항의하지 못한게 마음에 걸린다. 나는 용감해졌어야 했고 나 자신을 위해서도, 내 뒤의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이 일을 알렸어야 했다.

지금은 나에게 기분 나쁠 수 있는 일, 다른 사람에게도 기분 나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말하려고 노력한다. 줴훈줴훈 개그가 한참 유행했을 때에서 내 앞에서 그런 농담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미안하지만 자제해달라고 그 자리에서 말했다. 내가 예민하다고 욕 한번 먹으면 내 앞에서 그런 얘기를 안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할때도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 볼거라고 생각했다. 여자에 대한 편견, 서울대생에 대한 편견,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발언 등등을 들을 때 마다 욕을 먹어가면서도 지적을 하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은 이런 나에게 진지충이나 예민충과 같은 벌레 이름을 붙인다. 하지만 앞으로 내가 받아야 할 상처, 또 내가 목소리를 내지 않아서 또다른 누군가가 받게 될 상처를 생각하면 벌레정도야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나를 동정하고 나를 위해 안타까워 할 것도 같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역시 피해자만 한다, 이런 담화를 꺼내는 사람들은 다 비해자다라는 식의 규정은 지양했으면 한다.

나는 내 앞에 누군가가 나를 위해 말을 해 줬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종종한다. 내 선배들이 그 체육선생님에 대해 항의를 했더라면, 반 친구들이 그 남자아이를 지탄해줬더라면... 하지만 아마 다들 나와 비슷한 두려움으로 침묵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뒤에 올 누군가를 위해 남들에게는 작게 보이는 일이라도 소리내어 알리고자 한다.

당신이 누군가가 예민하다고 비난할 자격은 없다. 그사람의 문제는 그사람의 것이고 그사람의 인생에 그 문제가 얼마나 큰 경중을 가지는 지는 본인만이 알 수 있다. 예민충이고 진지충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자기가 그런 말을 함으로 인해 주변사람들에게 조롱받고 규탄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굳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목소리를 내는건 자신의 발악이 조금의 변화라도 가져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아무도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다같이 읽으면 좋을 글인것 같아서 퍼왔어요 캡쳐가 이상하게되서 다시 올립니담..



대표 사진
0ㅣ준호  내꾸
아무도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9년 전
대표 사진
지연공주
되게 멋있다
9년 전
대표 사진
지연공주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9년 전
대표 사진
고추절단기
맞는말.... 예민충 설명충 이런 말 진짜 싫음 왜 가만있는 사람을 벌레로 만드는지..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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