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홍, 당신의 나라언제나 당신은저만치에만 있습니다내가 다가갈 수 없는꼭 그만치에 서서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언젠가 한번당신이 나에게 일러 준 듯한당신에게 갈 수 있는비밀의 문을지금도 찾지 못한 채나에게는 밤낮을 걸어도 끝이 없는당신만이 사는그 갈 수 없는 나라에 다가가지 못하고오늘 밤도나는 열병을 앓고 있습니다도대체 당신은어느 땅 위에 성(城)을 짓고나를 그리로 오라 합니까내 당신을 만나는 날나는 당신에게 바칠작은 노래를 준비하며당신의 곁에서 불살라 버릴내 영혼을 붙들고오늘 밤도당신을 향하여생명을 깎고 있습니다정동진, 사랑의 문패스물 셋청춘의 문밖에떡하니 내다 건사랑의 문패그 문패를 보고얼마나 많은행복과 슬픔이나를 다녀갔던가얼마나 많은설레임과 불면의 밤을맞이 했던가한 영혼이수시로나를 드나들 무렵나는 뜨거운 형용사로 살았지한동안 나는아름다운 우리로 살았지지금은아무도 불러들이지 못하는사랑의 문패 하나를 달고정영희, 초승달오늘밤깊어가는 어둠속으로내내 당신이내 마음에 걸려 있습니다내 마음에 당신이차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당신을 대하는 내가내마음에 차지 않기 때문입니다이정하, 그대가 생각났습니다햇살이 맑아 그대가 생각났습니다비가 내려 그대가 또 생각났습니다전철을 타고 사람들 속에 섞여 보았습니다그래도 그대가 생각났습니다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았습니다만 외려그런때일수록 그대가 더 생각나더군요그렇습니다숱한 날들이 지났습니다만,그대를 잊을 수 있다 생각한 날은하루도 없었습니다더 많은 날들이 지나간대도 그대를잊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날 또한 없을겁니다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지만숱하고 숱한 날 속에서 어디에 있건무엇을 하건어김없이 떠오르던 그대였기에감히 내 평생 그대를 잊지 못하리라잊지 못하리라 추측합니다당신이 내게 남겨 준 모든 것들하다못해 그대가 내쉬던 작은 숨소리하나까지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는 것은 이런 뜻은 아닐런지요언젠가 언뜻 지나는 길에라도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스치는 바람편에라도 그대를 마주할 수 있다면당신께 모조리 쏟아부어 놓고...펑펑 울음이라도...그리하여 담담히 뒤돌아서기 위해섭니다아시나요 지금 내 앞에는그것들을 돌려 줄 대상이 없다는 것당신이 내게 주신 모든 것들을 하나 남김없이들려 주어야 홀가분하게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오늘 아침엔장미꽃이 유난히 붉었습니다그래서 그대가 또 생각났습니다윤수천, 사랑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깊은 사랑은 깊은 강물처럼소리를 내지 않는다스스로 말하지 않는다다만 침묵으로 성숙할 뿐그리하여 향기를 지닐 뿐누가 사랑을 섣불리 말하는가함부로 들먹이고 내세우는가아니다. 사랑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말하지 않음으로써감추어지고 깊이 묻힌다사람과 사람 사이비로소 그윽해지는 것서로에게 그 무엇이 되어주는 것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기쁨으로 다가가는 것그리하여 향기를 지니는 것사랑은 침묵으로 성숙할 뿐스스로 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