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이 되지 않는
그리움이 있는 줄 이제 알겠습니다
말로는 나오지 않는 그리움으로
내 가슴은 봄밤처럼 야위어가고
말을 잃어버린 그리움으로
내 입술은 봄바람처럼 메말라갑니다
이제 내 피는 그대를 향해
까맣게 다 탔습니다

네가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네가 다시는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평생을 뒤척였다

원태연, 사랑의 진리
만날 인연이 있는 사람은
지하철에서 지나쳐도
거리에서 다시 만날 수 있지만
헤어져야 할 인연인 사람은
길목을 지키고 서 있어도
엇갈릴 수 밖에 없다
이런 진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다시한 번 엇갈린 골목에서
지키고 서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또, 하나의 진리이기도 하다

황경신, 그때가 가장 슬프다
뭔가가 시작되고 뭔가가 끝난다
시작은 대체로 알겠는데 끝은 대체로 모른다
끝났구나, 했는데 또 시작되기도 하고
끝이 아니구나, 했는데 그게 끝일 수도 있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아, 그게 정말 끝이었구나 알게 될 때도 있다
그때가 가장 슬프다

김승희, 장미와 가시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의 삶의 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라고
장미꽃이 피어난다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가 있을까
해도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오
눈먼 손으로
삶을 어루만지며
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
장미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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