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하, 너에게 가는 것만으로도
처음에 어린 새가 날갯질을 할 때는
그 여린 파닥임이 무척 안쓰러웠다
하지만 점점 날갯짓을 할수록
더 높은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삶도 꾸준히 나아가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풍성해질 수 있다는 것일 게다
맨 처음 너를 알았을 때
나는 알지 못 할 희열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곧
막막한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내가 사랑하고 간직하고 싶었던 것들은
항상 멀리 떠나갔으므로
하지만 나는 너에게 간다
이렇게 가다 보면 너에게
당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내 마음이 환희로 가득 차오르는 건
너에게 가고 있다는 그 사실 때문이었다
너에게 닿아서가 아니라
너를 생각하며 걸어가는 그 자체가 내겐
더없이 행복한 것이었으므로

이지현, 우리는
그대는 봄이고
나는 꽃이야
그러니
무심천 벚꽃이 눈 밖에 있지
나는 봄이고
그대는 꽃이야
그래서
내 눈 속이 온통 그대지
우리는 꽃밭이고
우리는 봄이야

정호승, 울지 말고 꽃을 보라
꽃이 피는 것은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너를 위한 것
울지말고 그대 이 꽃을 보라
오랜 기다림과 사랑의 흔적을
성실하게 충실하게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게 제일이야
그러다보면 자연히
삶의 보람도 느낀다
절망할 필요 없다
또 다른 꿈이 너를 기다리고 있지 않는가
꽃도 그대도 바람에 온 몸을
내맡겨야 꺾이지 않는다
살을 에는 겨울바람 이겨낸 후에야
향기로운 꽃을 피운다
너도 누군가의 꽃과 별이 되라
장미는 장미로 바위는 바위로
저리 버티고 있지 않나
모래는 작지 않다 모래는 바위다
너는 작지 않다 너는 세상이다
절망할 필요 없다 또 다른 세상이
너를 기다리고 있지 않는가

기형도, 꽃
내 영혼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앓는 그대의 정원에서
그대의
온 밤내 뜨겁게 토하는 피가 되어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짙은 입김으로
그대 가슴을 깁고
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
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허연, 안에 있는 자는 이미 밖에 있는 자다
불빛이 누구를 위해 타고 있다는 설은 철없는 음유시인들의 장난이다
불빛은 그저 자기가 타고 있을 뿐이다
불빛이 내 것이었던 적이 있는가
내가 불빛이었던 적이 있는가
가끔씩 누군가 나 대신 죽지 않을 것이라는 걸
나 대신 지하도를 건너지도 않고
대학병원 복도를 서성이지도 않고
잡지를 뒤적이지도 않을 것이라는 걸
그 사실이 겨울날 새벽보다도 시원한 순간이 있다
직립 이후 중력과 싸워온 나에게 남겨진 고독이라는 거
그게 정말 다행인 순간이 있다
살을 섞었다는 말처럼 어리숙한 거짓말은 없다
그건 섞이지 않는다
안에 있는 자는 이미 밖에 있던 자다
다시 밖으로 나갈 자다
세찬 빗줄기가 무엇 하나 비켜 가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남겨 놓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 비가 나에게 말 한마디 건넨 적이 있었던가
나를 용서한 적이 있었던가
숨 막히게 아름다운 세상엔 늘 나만 있어서
이토록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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