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야..
작은 할머니 상을 치루고,
우리 가족은 스님을 찾아뵙고 사례를 하려고 했는데
스님은 단호하게 거절하셨어
당신은 더 이상 무당이 아니니 복채는 못 받고,
우리 집은 불교가 아니고 기독교이니 시주를 할 필요도 없다 하셨어
그리고 상 후에, 작은 할머니가 스님에게 왔다 가셨는데
정말 평온하고 맑은 얼굴로
고맙다고, 덕분에 다시 달로 돌아간다고
자식들에게 잘 있으라고 전해달라고 하셨대
읭? 달?? MOON?? 하늘에 떠 있는 저거??
스님 말씀에 의하면
작은 할머니는 달나라 선녀가 죄를 짓고 지상에 잠시 내려 온 건데
사람이 그걸 낚아채서 머무르는 바람에 더 큰 죄를 짓게 된 거래
그러니 더 이상 인간의 인연으로 지상에 묶이지 않고
원래 있던 데로 돌아가시도록 해드린 거래
무슨 얘기 안 떠올라? 선녀와 나무꾼ㅋㅋㅋㅋㅋㅋㅋㅋ
마침 낳은 자식도 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고모들, 선녀의 딸 ㅋㅋㅋㅋㅋㅋㅋㅋ
무당 스님, 결론 너무 무리하셨어 전래동화가 뭐야.
엄마랑 우리 남매들은 빵 터져서 쿡쿡거리고 있는데
아부지와 고모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벙... 한 표정을 지으시는 거야.
큰 고모가 조심스럽게 아부지에게 물었어.
"오빠, 엄마가
토끼 해年, 토끼 달月, 토끼 날日에 태어나셨다고 하잖았어요?"
"그러셨지. "
"근데 토끼 달月, 토끼 날日, 토끼 시時에 돌아가셨잖아요. 그래서 오빠가 신기하다고..."
"그랬지..." >
스님은 그냥 조용히 웃고만 계셨어.
꺅! 12간지 동물 알지? 자축인묘. 하는 거
싱크빅 돋게 함 외워볼까?
자축인묘 진사오미 신유술해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이 중에 달하고 관련있는 전설 가진 건 토끼 밖에 없을거야. 아마
우리 작은 할머니, 달토끼였던 걸까?
그래서 그렇게 작고 귀여웠던 걸까??
알아 알아 스님 연락처 급 궁금하지.
미안하지만 지금은 몰라.
작은 할머니 상을 치루고 며칠 뒤에
스님이 막내 오빠를 부르시더니
인연이 여기까지이니 이제 만나지 말자고 하셨대
오빠가 너무 서운해서 스님 왜 이러세요. 하니
그냥 웃으시는데,
왠지 너무 지쳐 보이시더래
내가 나중에 어느 도 닦는 분에게 이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도인 말씀이,
그 스님이 출가하고 굿을 안했다는 건 신을 봉인했다는 건데
그 정도 사건이면 봉인해 두었던 신을 다시 꺼내야 했을 거라고,
꽤 영험한 걸 보면 신 중에서도 꽤 높은 신이었을 거라고,
봉인되어 있다가 다시 나왔으니 얼마나 날뛰고 화를 냈겠냐고,
아마 내상을 꽤 깊게 입었을 거라고 그러드라고
스.스님 털썩
그런데 나중에 고모들 중에 한 분이
집에 좀 퍽퍽한 일이 있어서 그 스님을 찾아 가셨었거든?
이미 그 암자에서 사라지셨더래
그 후론 진짜 소식 한 자 들은 적 없으니
부디 ‘스님 연락처 알려주세요’ 라는 댓글은 달지 말아줘
나 맘이 너무 무거워 으흑
자~! 우리 할머니들에 대한
조금은 신기한 이야기는 이게 다야
애시당초 엽호판 레젼드 님들의 글을 재미지게 읽다가
아 맞다 나도 하나 있는데 하는 가벼운 기분으로 시작했던 거라,
많지 않지만 ‘너네 집 이상함’ 이라는 의미의 댓글을 보았을 때
나, 조금 기분 상했다? ㅋㅋㅋ미안ㅋㅋㅋㅋ 8판이 지나도록 곱씹고 있넼ㅋㅋㅋㅋ뒤 끝으로 지구 감겄어ㅋㅋㅋㅋ
그런데 이번 추석 때 가족이 모여서
고스톱도 치고 전도 부쳐 먹고 그러면서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 서로 기억하고 있던 일들을 꺼내서
하하호호 이야기 하다 보니
참 좋드라고
무뚝뚝했지만 속정 깊었던 우리 할아버지
순박하고 다정했던 큰 할머니
너무 귀엽고 애교많던 작은 할머니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고
그나마 기억해 줄 사람도 오빠들과 나까지겠지
내 조카만 해도 자기에게 증조 할머니가 두 분이셨다는 거 몰라 ㅋㅋㅋ
그래서 조금 더 쓰고 싶어졌어
어느 깊은 산골의 무뚝뚝한 농부와 그의 두 아내
남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삶의 방식이지만
나름 열심히 살고 사랑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세 분이 너무너무나 사랑해 주셨던
막내 손녀가 짧게나마 정리해서
여러분께 들려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지?
..
일본에서 귀국한 후에
집에 정을 붙이지 못한 할아버지는
다른 도시에 나가 장사를 하셨었는데,
그때 하숙집 주인 아줌마가 바로 우리 작은 할머니였대
또 얘기 하나 떠오르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닠ㅋㅋㅋㅋㅋ
근데, 옥희 어머니와 달리,
하숙집 아줌마에게는.. 남편이 있었대
울 할아버지 나빠? 맞아 나쁘지..
그런데 말야, 하숙집 아줌마는 매 맞는 아내였대
남편이 술만 마시면 이유없이 때리곤 했는데,
우리 할아버지가 그 모습을 보고 말린 적도 있고,
병원에도 데려가고, 약도 사다주고 그랬대
그때까지만 해도 연민이었겠지
어느 날.. 작은 할머니가 남편에게 정말 죽도록 맞았나봐
피 닦은 수건처럼 되어 마당에 널부러져 있는 할머니를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할아버지가 발견,
들쳐 업고 병원으로 뛰어갔대
그런데 의사가 보더니,
갈비뼈가 부러져서 폐를 찌른 거 같다고,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그러더래
그때나 지금이나 수술하려면 보호자가 필요하잖아?
그래서 할아버지는
‘내 아내’ 라고, ‘무조건 살려내라’고
아니면 병원에 불 싸질러 버리겠다고 했대
의사가 겁을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급히 수술을 했고, 다행히 할머니는 살아나셨대
나중에 할아버지가 남편이 아닌 걸 알고
의사가 엄청 화를 내면서 할아버지를 병원에 출입금지 시켰대 ㅋㅋㅋㅋ
진짜 남편은 낫 들고 병원 앞에서
‘이노무 여편, 퇴원만 해 바라 그 놈하고 뭔 관계고?’ 하고 깽판을 쳐서
남편도 병원 출입금지 ㅋㅋㅋㅋ
할아버지는 그 남편이 오해하고 화내는 바람에 하숙집에서 쫓겨났는데
좋은 일하고 욕먹는 현실이 너무 억울했지만,
곧 욕먹을 만 하다는 걸 깨달았대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었대
아 내가 그 여자를 좋아하는 구나
그래서 엄청 슬펐대 이룰 수 없는 사랑이니까
할아버지는 다 잊고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사업도 정리하고 짐을 꾸렸대
그런데 두둥!
다음날 아침, 6.25 전쟁이 터진거야!
다른 사람들은 전쟁 났다고 난리 난리치는데
할아버지는 곧장 할머니에게 갔대
마침 불안해하고 있던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보자
자신을 ‘집’에 데려다 달라고 그랬대
그래서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업고.....
‘고향집’으로 내려와 버렸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아알아 우리 할아버지 나빠 그 악플 넣어둬.
사실 처음에는 할아버지도 할머니를 데리고 도망갈 생각은 아니었대
근데 하숙집이 가까워질수록
‘지금 집으로 보내면 이 여자는 죽는다’ 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고향집 앞이었고,
눈 앞엔 조부모님과 부모님과 아내와 어린 아들이
입을 떡 벌리고 쳐다보고 있더라고,
나중에 어느 술자리에서 할아버지가 친구 분에게 얘기하는 걸,
작은 할머니가 엿듣고 그날 밤 큰 할머니에게 얘기한 걸,
당시 꼬꼬마였던 우리 아부지가 자는 척 하고서 다 들은 걸,
용케 안 까먹고 계시다가 나중에 막내딸에게 얘기해 주셨지
추석 때 전과 과일을 냠냠 먹으면서
가족들에게 이 얘기를 하니까
오빠들이 생전 첨 듣는 얘기인양 엄청 오그리토그리 해대서 당황했어
아부지.. 나한테만 해주셨던 거야?
엄마는 대강은 알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원래는 그때 작은 어무니가 죽을 운명이었나 보네
그때 달로 돌아갔어야 했는데, 아버님 때문에 못 가셨었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치시는 바람에
우리는 또 잠시 소름타임을 가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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