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영 - "혹시 도둑까치라는 오페라를 아십니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오페라인데요, 한 소녀가 은그릇을 훔친 혐의로 처형을 받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은그릇을 훔친 범인은 까치였다는 실화입니다.
여러분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그 소녀 참 드럽게 운 없다, 망할놈의 까치는 왜 하필 그걸 훔쳤을까?
아니요, 소녀는 운이 나빠서 죽은 게 아닙니다. 까치도 잘못이 없어요. 그러나 이 사건에는 분명 가해자가 존재합니다.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소녀에게 사형이라는 어마무시한 판결을 내린 그 법정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이 사건의 가해자 입니다.
지금 보시는 이 사진은 피고인의 고등학교 동창분들의 사진입니다. 현재 이분들은 누군가의 아버지로 남편으로 그리고 회사원으로 살고 계십니다.
26년전 재판이 제대로 판결을 내렸더라면, 피고인도 이 사진속의 분들처럼 그렇게 살고 계셨을 겁니다.
소녀의 죽음을 절대 돌이킬 수 없듯이 피고인의 26년 세월도 결코 돌이킬 수 없습니다.
물론, 검사님 말씀데로 피해자를 만났을때 법으로 해결해야죠. 그러나 피해자에게 과연 법이란 무엇이었을까요? 자기 인생의 반을 무고하게 감옥에서 살게 한게 법이었습니다.
딸을 뺏어간게 법이었고, 직장을, 친구를 뺏어간게 법이었습니다. 그런 피고인에게 우리는 또다시 법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피고인이라면 그 법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피고인은 재심을 통해 26년전 재판을 바로 잡고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몇달 후의 이야기입니다.
재심은 상당히 힘들고 복잡한 절차거든요.
그만큼 우리나라의 사법부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데 인색합니다.
생이 얼마남지 않은 피고인에게 하루는 천금같이 귀합니다.
아마도 피고인은 재심의 결과를 보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 이 재판은 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리는 재판인 동시에
과거 잘못된 재판을 했던 사법부의 유무죄를 가리는 재판이기도 합니다.
배심원 여러분께서 지금 이 자리에서 사법부 대신 피고인에게 재심의 결과를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피고인에게 국민이 생각하는 법이 무엇인지 평결로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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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행하다가 인상깊어서 정리해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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