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 시집 '에듀케이션' 시 모음


이것 참 굉장한 공감대로군. 유년 시절에 학대당한 경험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일까? 맞고 자란 우리들의 취향. 우리들의 사랑. 미친 부모를 만난 탓으로. 우리가 서로 닮은 것일까?
아빠가 창밖으로 나를 던졌지. 2층에서 떨어졌는데 한 군데도 부러지지 않았어. 격양된 삼총사는 어떻게, 얼마나 맞고 컸는지 신나게 떠들어대는 것이었다.
니가 2층에서 떨어졌다고? 나는 3층에서 던져졌단다. 다행히 땅바닥이 잔디밭이라 찰과상만 조금 입었지. 어째서 우리를 던진 것일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4층에서. 아빠가 4층에서 나를 던졌어.
그게 말이 되는 소리니? 어떻게 4층에서 던져졌는데도 그렇게 멀쩡하게 살아남았어? 게다가 어떻게 그런 부모랑 아직도 한집에서 살 수가 있니? 너한테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은 너를 이해한단다. 내가 더 학대받았으니까. 나는 골프채로 두들겨 맞고 알몸으로 집에서 쫓겨났거든. 우리는 서로의 손을 부여잡고. 그랬구나. 너도 알몸으로 쫓겨났구나. 여름에 쫓겨났니, 겨울에 쫓겨났니? 나는 겨울에 쫓겨났었어.
김승일, 같은 과 친구들 中

부모가 죽고 세 달이 흐르자, 숙제가 밀리면 그 숙제는 하지 않는다. 그것이 형의 방식. 형이라서 라면을 먹어, 역기도 들고, 찬송하고, 낮잠을 때리지. 형이라서, 형이라서 배탈이 났어요. 나는 학교에 늦게 간다. 하고 싶다면 너도 형을 해. 그러나 네가 형을 해도. 네가 죽으면 내 책임이지.
김승일, 부담 中

그날 너는 우는 것을 선택하였지. 네가 사귀던 애는
문밖으로 나가버리고. 나는 방 안을 서성거리며
내가 네 남편이었으면 하고 바랐지.
뒤에서 안아도 놀라지 않게,
내 두 팔이 너를 안심시키지 못할 것을 다 알면서도
벽에는 네가 그린 그림들이 붙어 있고
(중략)
너와 나는 여섯 종류로 인간들을 분류했지
선한 사람, 악한 사람......
대단한 발견을 한 것 같아
막 박수치면서,
네가 나를 선한 사람에
끼워주기를 바랐지만
막상 네가 나더러 선한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나는
다른 게 되고 싶었어. 이를테면
너를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람.
나로 인해서,
너는 누군가의 자랑이 되고
어느 날 네가 또 슬피 울 때, 네가 기억하기를
네가 나의 자랑이란 걸
기억력이 좋은 네가 기억하기를,
바라면서 나는 얼쩡거렸지.
김승일, 나의 자랑 이랑 中

내가 배달된 해에, 할아버지가 둘 다 죽었다. 집안에 큰 인물이 태어나면 초상이 난다지. 이것 역시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이야기. 나는 얼마나 유명해질까? 기대가 된다. 그러나
손금이 평범해서 나는 울었지. 그래도 손금이 평범하다고 우는 애는 나밖에 없을 거야. 있으면 어떡해? 조금밖에 없을 거야. 그렇지? 실컷 울었더니 손금이 변했어.
지하철 선로로 뛰어들었다. 나는 평범함보다는 평평함이 좋아. 모르는 사람들이 나한테 화를 냈다. 괜찮아요. 열차가 오려면 십 분 남았어. 나는 이목을 끄는 사람. 나중에 유명해질 때까지 기다리기 싫었어요. 어쨌든
김승일, 멋진 사람 中

너는 마음에 들어 했지. 문학을 전공했던 수학 과외 선생을. 듣는 자세를. 그런데 너는 이제 경멸하잖아? 한때 문학을 전공했던 수학 과외 선생을.
지난 오 년 동안. 흔들의자처럼 나는 끄덕였다. 너의 나이, 너의 일기, 너의 습작품.
수학은 하나도 안 가르치고. 너의 집을 나선 날. 11월의 첫눈 속에서. 나는 나를 진정시키려 했지.
문학을 알아! 나는 문학을 포기했는데. 너랑 친해질 만큼은 문학을 알고. 버스 정류장까지 뛰어서 갔다. 문학을 알아! 담배를 빨다가 기침을 했다. 나는 문학을 알아!
김승일, 펜은 심장의 지진계 中

고추를 단 소녀들이 체조를 하고 있네, 사각팬티를 입고 고추를 들썩거린다.
너무 털렁거려서 실신할 때까지. 아찔아찔. 너도 나랑 같이 점프할래? 털렁거리는 것이 필생의 꿈이었던 것 마냥. 소녀들이 팔 벌려 높이뛰기를 한다.
남자친구야, 나한테 고추가 생겼어. 우리 이제 불알친구지? 니네 집에 가고 있어. 체조를 하면서 가고 있어. 너한테 발기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 발기 푸는 법도 배워야겠어. 너네 집에서 자고 갈 거야. 너희 엄마한테 혼날 거라고? 왜 혼나? 불알친군데.
김승일, 생생한 中

1. 아니야, 넌 끌 수 있어
2. 연출의 말
3. 연극에서 할 수 없는 일?
4. 촛불을 들고 퇴장하시오
5. 껐다고 치면 되잖아
6. 방법이 있어
7. 있을 수 밖에
8. 일단 퇴장하세요
(중략)
20. 어차피 연극이니까
21. 어쨌든 연극이잖아
22. 대처하세요
23. 미래파
24. 연출 입장에서 고려한 제목들
25. 지혜야!
26. 그건 네 생각이지
김승일, 연출 입장에서 고려한 제목들

이름을 많이 부르면 빨리 죽는대. 엄마, 엄마, 자꾸 부르면 빨리 죽을까 봐. 나는 엄마한테 너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너도 나를 너라고 부르지. 죽음, 죽음, 자꾸 불러서 죽음은 더 유명해지고. 나는 나를 나라고 소개하네. 우리가 우리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 때.
대명사 캠프는 캠프의 대명사. 우리는 빙 둘러앉아서. 캠프의 윤곽만 남길 것이다. 캠프를 그것이라고 하고. 윤곽도 그것이라고 하고. 그것의 그것만 남을 때까지. 우리는 캠프 파이어의 대명사. 우리는 그것에 흔들리면서. 우리는 그것을 중얼거린다
김승일, 대명사 캠프 中

난처하게 마흔두 마리였고 그래서 우리는 계속 세었다 친구야, 나 시체를 너무 만져서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아...... 역겨운 박스, 친구가 열어보지 말자고 했다 나도 열어보기 싫다고 했다
그러면 대체 누가 열었지?
기억 안 나? 네가 열었어 커터 칼로 테이프를 쓱쓱 끊어서 사마귀 박스를 네가 열었어
자기가 박스를 열었다는 걸 친구는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친구는 죽을 것이다
김승일, 사마귀박스 中
전문은 올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ㅠㅠ 평소에 작품을 소중히 여기시는 시인 분께 실례가 되는 것 같아서...! 사진들은 그냥 글만 있으면 넘 허전하길래 제가 아무거나 집어 넣었어요....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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