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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임신 34주차 임산부입니다.제목대로 이번 추석에 시댁을 내려가야 하나 고민 중에 있습니다.
올해 봄에 결혼했고, 현재 남편 31 저 30입니다.저와 남편은 맞벌이구요, 임신 전에는 제가 조금 더 벌던 것을 임신 후 세컨잡을 그만두게 되어 제가 현재 남편과 실수령액이 비슷합니다. 이 부분은 아이 낳고 몸조리 마치고 나면 다시 시작할 생각입니다.
저와 남편은 어릴 때부터 자라온 환경이 달랐습니다.저는 어느 정도 넉넉한 형편에 독일에서 유학을 십년 넘게 한 후 전공에 맞추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 스스로 욕심이 넘쳐서 뭐든 초과달성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도 합니다.
남편의 경우엔 아버님이 공장일을 하시고 어머님은 마트를 다니시다가 얼마 전에 그만두셨습니다. 현재 아버님은 동남아에 나가서 일을 하고 계시는 상황이시고 남편 위로 아직 취직 못한 시누이가 한 명 있습니다. 소박하게 살아온 만큼 본인의 삶의 목표도 튀지 않고 특별히 불행한 일 없는 게 최대의 목표이구요.
결혼 준비부터 얘기를 하자면 저희는 원래 내년 봄 즈음 결혼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올해 1월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고 서둘러 준비하여 5월에 식을 올렸습니다.
현재는 제가 처녀 때 살던 집이 둘이 살기에 넉넉한 집이라 신랑이 들어와서 살고 있습니다. 원래는 저번주에 현재 살고 있는 집의 계약이 끝나는 상황이었습니다. 뱃속의 아이가 더 크기 전에 이사를 가야겠다 싶어서 새로 갈 곳을 계약하였구요
새로 구하는 집은 저희 쪽에서 형편이 괜찮으니 더 보태주시고 싶다고 하셨으나 신랑이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고 저도 항상 반반 해서 형편에 맞추어 시작하자는 주의였어서 각자 집에서 3천씩만 보태주시는 것으로 하고 집을 장만하였습니다.저와 신랑이 모은 돈도 딱 비슷해서 (신랑이 200정도 더 있었습니다) 별 탈 없이 집은 반반하고 저희 친정엄마가 가구를 사주셨습니다.
집 알아볼 때 터가 안좋다고 전세 대신 반전세로 가게 되었을 때도 말이 안통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시어머니가 점을 자주 보러 다니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신랑은 대놓고 우리 부모님이 말씀하시는 거에 아무런 논리도 없고 솔직히 비합리적이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 부모님이 싫어하시는 선택이라면 할 생각이 없다고 고집을 부려서 어쩔 수 없이 수긍했습니다.
신랑은 결혼 전에는 참 수더분하고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딱히 집에서 효자 노릇 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임신 사실을 알기 전에는 시댁과 제 사이에 연락 한번 주고 받은 적이 없었어서 딱히 터치 안하시는가보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결혼 후에 시댁에 자주 방문하는 것을 원하였고 (저도 사실 기가 세서 신랑이 원하는 만큼 가지는 않았습니다. 2~3주에 한번 정도?) 저희 집에는 결혼 후 딱 두번 갔습니다. 신행 다녀와서 한 번, 중간에 저희 엄마 생신때 한 번 이렇게요.
심지어 본인 집에 가서는 자기는 거의 말이 없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딱히 살갑고 효자 스타일은 아니에요.
저도 사실 어디 가서 어른들한테 싹싹하게 잘 하고 이쁨도 많이 받는 편인데 본인은 안하면서 저에게 직접적으로 "자기가 우리 집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엄마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데 쇼핑도 좀 다니고 딸처럼 지냈으면 좋겠다" 하길래 왜 멀쩡한 시누이 놔두고 나한테서 외로운 걸 푸셔야 하느냐라고 했더니 시누이도 원체 성격이 무뚝뚝해서 어머님께 살갑지 못하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시누이랑은 별 문제가 없습니다. 딱히 저희 하는거에 터치 안하고 가끔 놀러가면 웃으며 말 걸어 주시고 하는,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시누이세요.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사건은 저번주에 터졌습니다. 제가 요즘 임산부들에 비해 나이가 많지 않은데도 일을 하느라 그런지 약간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양수의 양이 평균보다 많아서 조산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신랑은 저 사실을 알고도 첫 명절이니 남자 집을 가야한다고 하였고 (시부모님 고향이 두분 다 경상도 안동이십니다), 저는 정말 부득이한 경우 아니면 장거리를 여행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은 터라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번 명절에는 대여섯시간씩 차를 타는 것은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이번에 가진통도 왔었고 임신 중기에 한번, 얼마전에도 한번 하혈을 해서 응급실을 두번이나 간 전적이 있어 남편쪽에서 먼저 이번 명절은 가지 말자고 해주었으면 했는데 제가 너무 많은 걸 바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번에 가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얘기를 하니 삐지더군요. 심지어 시댁에 가자는 것도 추석 연휴 3일 (하필 이번 주말에 신랑의 주말근무가 잡혔습니다 ㅠㅠ) 동안 본인 외할머니댁, 본인 친할머니댁 두군데를 가고 저희 집은 추석 전 주말이나 추석 이후 주말에 가자고 했습니다.
왜 저희 집은 추석에 가야 한다고 생각조차 못하는 걸까요?
세컨잡을 그만두고 나서 남편 퇴근이 저보다 늦은 상황이라 만삭의 몸으로도 남편이 집에 오기 전에 청소해놓고 끝났다고 하면 그때부터 저녁준비해서 따뜻한 밥 먹이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 따뜻한 밥 먹이고 긴 업무시간 마치고 오면 집에서 좀 편하게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자발적으로 한 거지만 솔직히 내가 뭐하러 집 반반 맞벌이에 가구도 다 사오고 집안일까지 뒤집어쓰나 억울합니다.
남편은 모르고 있지만 저희 부모님 울면서 결혼 반대하셨어요. 애지중지 키워서 비슷한 집안 만나 맘 편하고 몸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며.
그때는 사랑만으로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런 모습을 보고 나니 이 남자에게 평생을 맡기기가 불안하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어차피 인생 제 힘으로 사는거라지만 남편 하나만큼은 서로 의지하면서 살고 싶었거든요.
이번 명절은 가뜩이라 몸도 위험한 터라 정말 안가고 싶은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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