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구나, 아가.
이제 다 컸다며 내 품을 떠나 가더니
오늘은 무슨 일로 나를 찾았니?
입 안에 한 움큼씩 털어 넣었던
수면제들이 더 이상 듣지 않는거니?
이리 온.
이 어미의 품 안으로 오렴.
어미가 너를 품어주리
우리 아가가 단 잠에 빠질 수 있도록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마.
가이아
아가,
혹시 가이아라는 여신을 아니?
가이아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창조자이며
어머니인 대지의 여신이란다.
그녀는 카오스 즉 혼돈의 상태에서 홀로 태어났다고 한다.
언제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아주 오랜 전 어느 날
그녀는 세상에 혼자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쓸쓸하고 외로워 우라노스(하늘)를 낳았다.
그리고 둘은 결혼은 했지.
가이아와 우라노스는 둘 사이에
많은 자식들을 두었단다.
팔이 100개에 머리가 50개씩
달려있는 헤카론케이르 3형제,
눈이 하나뿐인 키클로프스 3형제,
덩치가 산만한 티탄들
티탄의 막내가 바로 네가 아주 잘 알고 있는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란다.
가이아는 크로노스에게 청동으로 만든 낫을 주어
그에게 자신과 우라노스의 연결 부위를 자르도록 명령했다.
우라노스가 헤카론케이르 3형제와 키클로프스 3형제를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타르타로스 감옥에
단지 괴물처럼 생겨서 보기 싫다는 이유로 가두어
가이아의 모성애를 자극했기 때문이지.
가이아에게서 떨어져 나온 우라노스는
풍선처럼 공중으로 떠올라 멀리 날아갔고
지금 네가 보고 있는 하늘이 그때 날아올라 간
우라노스의 모습이라는 이야기가 있단다.
.....
하지만 아가, 이 어미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조금 다르단다.
대지의 여신에게는 가이아라는 이름 말고
게녀라는 이름이 하나 더 있었다.
우라노스는 자신의 아들이자 남편이 아닌
게녀가 시궁창에서 허덕이고 있을 때 만난
첫번째 조력자였지.
1. 박성웅
사람들은 이런 우스갯소리를 하고는 했다.
도시에서 남자의 땅을 밟지 않고서는 어디도 갈 수 없다는 얘기.
또 성격은 개 같아서 눈 밖에 나가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는 얘기.
소문으로 접한 남자는 가히 개차반이나 다름 없었다.
말이야 좋게 기업의 회장이지
국내 최고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라는 칭호가
더 정확히 남자를 설명했기 때문이었단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남자는 소문과 다른 모습이었다.
쓰리 피스에 조끼까지 갖춰 입은 남자는
얼핏 보면 중후함으로 무장해 절제미를 뽐내지만
그 속에 색기가 있었다.
이런 남자의 모습은 묘하게 게녀를 자극했다.
"내 제안이 별로인가?
바닥을 기는 취미가 있나 보네.
동물이 아닌 사람처럼 살게 해주겠다는데 뭐가 불만이지?"
이미 때가 묻을 만큼 묻고
험한 세상을 홀로 살아가느라 잔뼈가 굵어진 게녀는
달콤한 제안을 하는 남자를 불신의 안경을 끼고 바라봤다.
"지금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 (헛웃음)
어이 아저씨,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요?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지."
"나한테 사람답게 살게 해주겠다고 했죠?
사람답게 살게 해주고 나한테서는 뭘 가져가시게?
나한테 있는 거라고는 이 몸뚱아리 하나인데?"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한 바퀴를 돌고서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비릿한 미소를 띄우고는 질문을 던지는 게녀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은 흥미로움으로 반짝였다.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려고 한 내 성의를 이렇게 무시하면 곤란한데?
그런데 지불하겠다는 그 댓가, 꽤 구미가 당기네.
제안을 다시 하지. 사람답게 살게 해줄테니깐 내게 와."
비록 자신의 몸은 시궁창 바닥에서 뒹굴고 있지만
자존심만큼은 하늘 높이 치솟아 있던
게녀는 이미 더럽혀진 몸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울타리를 살 수 있다는 것은
합당한 거래라고 생각하고
남자의 품 안으로 자신의 의지로 걸어 들었갔단다.
하지만 게녀는 몰랐던 것이지.
자신이 들어간 곳이 울타리가 아니라 새장이었던 것을
"당신은 정말 미쳤어!!
x발 내보내 달라고!!!
아아아악!!!"
"나 좀... 나 좀, 숨 좀 쉬게 해줘요.
아저씨 내가 이렇게 빌게, 응?
도망 안갈게.
내가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잖아."
"죽어 버릴거야!!
내가 죽으면 니 새끼 얼굴이 어떻게 변할까?
아니다, 내가 왜 죽어?!
죽을 건 넌데 내가 왜?"
자유분방한 게녀와 소유욕이 강한 남자는 상극이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남자는 게녀를 집착이라는 밧줄로 옮아맸고
게녀는 자유를 갈망하며 서서히 미쳐갔다.
"마음껏 발광해봐. 네가 그때 그랬지?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고,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나는 네게서 너를 샀어. 물론 너의 자유도 포함해서 말이야."
아가?
아가, 자니?
아까 이 어미가 해줬던 얘기를 기억하고 있니?
가이아가 자신의 막내 아들로 하여금
자신과 우라노스의 연결 부위를 자르도록 한 이야기 말이다.
게녀에게는 막내 아들 크로노스가 아니라
두번째 조력자, 남자의 오른팔이 있었단다.
2. 김우빈
자식이 없었던 남자는 자신의 오른팔을 꽤 아끼는듯 싶었다.
이따금 게녀에게 조직을 그에게 넘기고
게녀와 조용한 시골에서 남은 여생을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로 정했단다.
남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 도구로
그를 자신에게 넘어오게 할 자신은 게녀에게 없었다.
물론, 넘어오게 할 필요도 없었지.
그저 자신이 그에게 빠졌다고 남자로 하여금 믿게 만들면 그만이었다.
자신을 너무도 사랑하는 남자이기에
이걸로 충분히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란다.
"좋다!!! 진짜 이게 얼마만의 밖이야?!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아"
"좋냐, 천방지축 형수님?
벚꽃이 뭐라고 나까지 이게 뭐냐?"
하지만 게녀가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연극 시나리오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자신도 몰랐던 재능이 있었던 것인지
연극이 진행 될수록 자신에게 빠져드는 남자의 오른팔 때문이었다.
"지금... 뭐라고 했냐?!"
어느 순간부터 그는 남자 못지 않게 게녀에 관한 일이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고
게녀를 품 안에 넣는 남자의 모습에
그의 눈빛은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졌단다.
권력에 욕심이 없었던 그는
어느새 조직의 2인자이자 조직의 실세 자리에 올라 앉았고
야금야금 사람들을 포섭해 그의 사람으로 만들었다.
이제 그 누구도 그를 남자의 오른팔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언제 판이 뒤집혀 우두머리가 바뀔지 기다릴 뿐
"지금 당장이라도 너를 그 자식 품 안에서 꺼내줄 수 있으니깐, 말만 해"
아가, 너라면 누구를 선택 할거니?
남자를 선택하면 너를 품은 죄로 그가 처참히 처형될 것이고
그를 선택하면 너를 시궁창에서 꺼내주었던 남자가
저 높은 왕좌에서 끌려 내쳐질 것이다.
누구를 택하던 너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확신은 없단다.
네가 곁에서 보듬어 주고 가르쳐 준다면
남자는 이해와 관용의 미덕을 배워
너와 참된 사랑을 할 수 있을지도
너를 남자의 새장 안에서 꺼내준다던
그가 더 단단한 새장 안에 널 가둘지도
미래의 일은 이 어미도 모르니...
팬성 아니죠? (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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