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의 바람이 무심히 지나가던
어느 중년의 길목에서
쿵쾅거리는 심장의 고동소리처럼
가슴을 울리는 사람을 만났다
그리움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우체국 문을 열고 들어서듯
날마다 그의 가슴을 열고
조금씩 조금씩 들어선다
한번쯤은 만나보고 싶다
한번쯤은 가까이서
그의 숨소리를 듣고 싶고
손을 잡으면 따뜻한 마음이
혈관 속으로 스며들 것도 같다
사랑이 아니어도 좋다
작은 그리움이라도 있어
오늘이 즐거움으로 온다면
그저 바라만 보며
말없는 웃음을 지어도 좋겠다
거울 앞에 서면
늙어가는 세월이 반사되지만
마음의 거울 앞에 서면
늘 그가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에게로 간다
날마다 숲 길을 산책하듯이
사랑을 만나러 간다

한 여인을 사랑 하고 있나 봅니다
그 여인의 숲에서 길을 잃어 버렸습니다
그립고 보고 싶은 이 숲길을 택한 내가
매일 숲길에 서 있습니다
한 여인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여인을 사랑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외로움을 주었고, 쓸쓸함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이것이 그 여인을 사랑하는 충분한 이유입니다
나는 내 마음의 창을 열어 놓을 겁니다
창가로 부딪혀 오는 그 여인의 체취와 숨결을
내 맘에 모두 담아 두고 싶기 때문입니다
사랑 한다는 것은 아침 햇살처럼 옵니다
맑음으로 왔다가 흐림으로 왔다가
참으로 변덕이 심합니다
이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사랑 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난 그 여인을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밤하늘의 별이라도 따주고 싶도록
사랑하는 마음이 깊을 때
별 몇 섬이라도 따올 태세로
정열을 다해 사랑하자
꽃도 한 철, 계절도 한 철
사랑 받을 수 있을 때는
비 온 후 잠깐 무지개 같은 것
순결한 신부처럼 화장을 하자
준비하지 않는다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는 영원
미루지도 않는다
시간은 남지 않는 파편
사랑을 해야겠다고 깨닫는 순간
사랑은 떠났을 터이다

거름망에 똬리를 튼
머리카락 한 줌이 문득 고맙습니다
몇십 년을 거품으로 박박 비비고
수건으로 와락 와락 주물러도
낙엽 지듯 떨어진 자리에
솔가지같은 새순이 다시 숲을 이루니
내 삶의 유효기간 동안
머리카락은 끊임없이 내 생각을 먹고
나뭇잎처럼 살다 가겠지요
하늘의 별도 땅에 사람도
그리움에 목마른 시간도
죽도록 갈망하던 사랑도
길고 짧은 유효기간이 있기에
우리 사랑의 유효기간은
영원이라고 말하지 않으렵니다
그저 머리카락이
더는 자라지 않는 날까지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허영숙, 너에게
너를 알고부터 시간은
뒤로 가기 시작했다는 걸한번도 말 한 적은 없지만
노을을 눈에 담을 때마다
지는 아름다움을 읽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싶다
청보리를 닮은 푸릇한 미소가
불면을 흔들어대면
베갯속으로 젖어드는 눈물에
온통 너로 무장된 가슴이 녹아내리고
사랑이라 불리는 세상 모든 말들이
한사람에게로만 향하는 의미가 되어간다
날마다 심장을 도려내는 이름을
안고 뒹굴며 밤새 울다 지쳐도 아침이면
빛으로 다시 서는 결고운 사랑 앞에먼 후일 내가 절망에 섰을 때
너는 내 마지막 희망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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