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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2883 출처
이 글은 9년 전 (2016/10/12) 게시물이에요




 바람에게 묻는다 | 인스티즈

김재진, 세월






살아가다 한번씩 생각나는 사람으로 살자
먼길을 걸어 가 닿은 곳
아예 없어도 기다리는 사람 있는 듯
그렇게 마음의 젖은 자리 외면하며 살자


다가오는 시간은 언제나 지나갔던 세월
먼바다의 끝이 선 자리로 이어지듯
아쉬운 이별 끝에 지겨운 만남이 있듯
모르는 척 그저 뭉개어진 마음으로 살자











 바람에게 묻는다 | 인스티즈

나태주, 바람에게 묻는다




바람에게 묻는다

지금 그곳에는 여전히

꽃이 피었던가 달이 떴던가

바람에게 듣는다

 

내 그리운 사람 못 잊을 사람

아직도 나를 기다려

그곳에서 서성이고 있던가

내게 불러줬던 노래

아직도 혼자 부르며

울고 있던가







 바람에게 묻는다 | 인스티즈

홍수희, 아름다운 선택






숨 고르는 길목마다
오던 길도
갈래지어 펼쳐집니다
눈 한 번
깜박일 때마다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달콤한 것보다는
오히려 메마른 것을
넘치는 것보다는
오히려 부족한 것을
평탄한 길보다는
굽고 후미진 길을
아름다운 이여
이것이 당신께 닿는
외길입니까













 바람에게 묻는다 | 인스티즈

이성선, 그냥 둔다






마당의 잡초도
그냥 둔다


잡초 위에 누운 벌레도
그냥 둔다


벌레 위에 겹으로 누운
산 능선도 그냥 둔다


거기 잠시 머물러
무슨 말을 건네고 있는


내 눈길도 그냥 둔다













 바람에게 묻는다 | 인스티즈

고정희, 겨울 사랑






그 한 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 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 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 번의 이윽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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