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파업 종료, 특근 및 잔업도 재개
"우리가 시범 케이스, 임금피크제 막아낸 것에 의의"
노조 파업으로 회사 3조원 손실, 협력사 피해 논란도
현대자동차 노사가 17일 오후 3시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협상 조인식을 열었다. 이로써 노사가 지난 5월부터 끌어왔던 임금협상이 완전히 마무리됐다.
24차례 파업을 진행하고, 7월부터 주말 특근을 거부했던 노조는 특근을 재개하기로 했다. 12일 현대차 노사 교섭대표가 마련한 2차 임금협상 잠정 협의안을 노조가 받아들인 결과다.
현대차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 내용은 기본급 7만2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 원, 전통시장 상품권 50만 원, 주식 10주 지급 등이다. 이 내용에 조합원 63.31%가 찬성했다.
노사가 극명하게 대립했던 기본급은 기존 1차 잠정합의안(6만 8000원)보다 4000원 늘었다. 전통시장 상품권도 30만원 더 받게 됐다.
일각에서는 "평균 연봉이 1억원 수준인 노조가 35만원을 더 받으려고 몇 개월 동안 파업하고 수조원의 손실을 낸 것이냐"는 비판도 일었다. 이에 대해 노조의 입장을 들어봤다.
(왼쪽 사진)울산 현대차 공장에 들어찬 물 - 5일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에 물이 들어차 있다. 2공장은 이날 오전 11시 40분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오른쪽 사진)폐허된 부산국제영화제 무대./조선일보DB◇연봉 9000만원, 많지 않다
"연봉 9000만원이요.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닙니다."
장창열 현대차 노조 대외협력실장이 말했다. 장 실장은 "근무시간이랑 일하는 양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부에서 현대차 노조를 '귀족노조'라 부르고, 우리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많은 돈을 받는 것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사실을 제대로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진행한 것에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연봉 9000만원이 적다는 뜻인가.
"많은 게 아닙니다. 우리가 8000만~9000만원을 받는다고 하는데 이게 고정급이 아닙니다. 실제 받는 고정급은 평균 5000만~6000만원 정도에요, 나머지는 성과급, 특근, 잔업 같은 걸 다 했을 때 받는 돈입니다. 노조원들 코피 쏟고 위장약 먹어가면서 일합니다. 지금은 상황이 어느 정도 괜찮으니까 성과급도 나오지만 경기 나빠지고 차가 안 팔리면 성과급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고정급이 많은 게 결코 아니에요. 그래서 기본급을 더 올려달라는 게 노조 입장이었습니다."

-1년에 일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나.
"우리 노조원들은 연평균 2100시간 정도 일합니다. 평균적으로 일하는 시간이 그렇다는 겁니다. 한 주당 얼마나 일하는지 계산해보세요. 많이 일하는 사람은 1년에 2600~2700시간도 일합니다. 그렇게 일 많이 하는 사람들이 9000만원 받는거에요. 이 돈을 받는 사람은 생산직 가운데 10% 정도입니다. 제가 근무를 25년했는데 연봉이 6300만원입니다. 만약에 우리가 하루 8시간만 근무하면서 평균 연봉을 9000만원씩 받으면, 많이 받는다고 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게 아니거든요. 잔업 특근 다해서 그 정도 받으면 많은 겁니까. 일주일에 35시간 일하는 도요타 노조랑 비교하면 안 됩니다."
-작년 기준 현대차 직원 평균 연봉이 9600만원 수준이었다.
"그게 다 포함한겁니다. 피복비, 경조사비, 식비, 유류비 이런 것들 다 더해서 나온 금액입니다. 순수하게 급여만 가지고는 그렇게 나올 수가 없는 구조에요."
◇노동계를 대표해 임금피크제 막았다
-결과적으로 파업이 기존 주장보다 월 4000원 올린 수준으로 끝났다.
"그거 올리겠다고 파업한 거냐고 비판하는 목소리 있는 거 압니다. 하지만 단지 그것 때문에 (파업) 한 게 아닙니다. 회사측에서 요구했던 게 '임금 동결', '임금피크제 시행', '임금체계 개선'이었어요. 이걸 막아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나.
"우리는 '현대차' 노조지만, 어느 정도 노동계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노조와 협상할 때 우리를 기준으로 삼아요. 시범 케이스 아닙니까. 임금동결이나 임금피크제 같은 것들에 우리가 동의하면 다른 노조가 협상할 때 힘을 잃을 수가 있다는 겁니다. 대리전 효과가 있어요. 4000원 때문에 파업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아니에요."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는데.
"의견이 하나만 있는 조직이 어디 있습니까.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고 다수가 찬성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겁니다. 누구 한 사람이 '된다', '안 된다'를 놓고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파업으로 조업이 중단된 현대차 울산공장 내부 모습./조선일보D◇협력업체 피해 책임 납품단가 치기에 있다
현대차 측은 노조의 파업과 특근 거부로 인한 생산 차질 규모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10월 6일부터 12일까지 ‘노조 파업이 협력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생산설비 가동률은 68.3%로 나타났다. 파업 이전 가동률(91.6%)보다 23.3% 포인트 낮아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모기업 노조 파업으로 1차 협력업체의 총매출 손실액이 1조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노조 파업으로 협력업체들까지 피해를 봤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 게 아주 없지는 않겠지요. 조금은 영향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협력업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회사가 납품 단가를 치는 데 있어요. 아무리 생산해도 남는게 없어지죠. 그래도 (협력업체가) 계약을 하는건 납품 오더를 수주하기 위해 참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회사가 어려운데 노조가 파업까지 한다는 비판은 어떻게 생각하나.
"차가 덜팔리는 게 조합원 탓입니까. 생산하는 사람들이 회사를 경영하고 계획하는 게 아니잖아요. 경영을 잘못한 사람들한테 책임을 물어야지 생산직에게 책임지라고 하면 안되잖아요. 회장,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연봉, 배당을 수백억원씩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차 만들고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사람들한테 잘못했다고 몰아가면 안됩니다."
-그래도 임금 협상이 이뤄졌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조합원들이 피로를 느낀 게 있어요. 천재지변으로 울산지역에 피해가 커지면서 노동조합이 압박을 받은 것도 있습니다. 지진 일어나고 태풍이 지나가면서 피해가 컸지 않습니까. 노조 입장에서도 이런 것들을 고려해서 (임금 협상에) 찬성표를 던진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도 최소 초봉 4천은 보장해주는 시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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