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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1186 출처
이 글은 9년 전 (2016/10/22) 게시물이에요




 누군가 나에게 나이를 물었지 | 인스티즈

신달자, 너를 위한 노래






첫사랑은 아니다마는
이 울렁거림 얼마나 귀한지
네가 알까 몰라


말은 속되다
어째서 이리도
주머니마다 먼지 낀 언어들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다
다 버리고 버리고
그러고도 남아 있는
한 가지
분명한 진실
이 때아닌 별소나기
울렁거림
네가 알까 몰라











 누군가 나에게 나이를 물었지 | 인스티즈

이외수, 약속






그대는 오지 않았다
사랑이 깊을수록 상처도 깊어
그리움 짙푸른 여름 한나절
눈부시게 표백되는 시간
가로질러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음악으로
멀어지는 강물소리











 누군가 나에게 나이를 물었지 | 인스티즈

김완하, 외로워하지 마라






네가 외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세상의 그리움이 너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젖은 풀잎 하나
네 등 뒤에 얼굴을 묻기 때문이다


네가 외로워하면
이 세상이 다 외로운 것이다
지상에 꺼지지 않는
마지막 등불 하나도
바람 앞에 몸을 내줄 것이다



너를 잃어버리고
세상의 손길에 모든 것을
기대어 설 때도
하늘의 별 하나는 깨어 있다


너를 모두 잃고
세상이 되돌려주기 기다리며
깊은 잠을 설칠 때
들녘에 집 잃고 헤매는
반딧불 하나 쉬지 않고 길 간다


세상의 반은 세찬 파도지만
또 나머지 반은 섬이다
사랑을 잃고, 길이 보이지 않아
몇 밤을 지새운 뒤에야
진정 이 세상을 껴안을 수 있다











 누군가 나에게 나이를 물었지 | 인스티즈

류시화, 나이



누군가 나에게 나이를 물었지

세월 속에 희끗희끗해진 머리를 보고 난 뒤
내 이마의 주름살들을 보고 난 뒤
난 그에게 대답했지

내 나이는 한 시간이라고
사실 난 아무것도 세지 않으니까
게다가 내가 살아온 세월에 대해서는

그가 나에게 말했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설명해 주세요
그래서 난 말했지
 
어느 날 불시에 나는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에게
입을 맞추었지
아무도 모르는 은밀한 입맞춤을
 
나의 날들이 너무도 많지만
나는 그 짧은 순간만을 세지

왜냐하면 그 순간이 정말로 나의 모든 삶이었으니까





 누군가 나에게 나이를 물었지 | 인스티즈

공광규, 별 닦는 나무






은행나무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면 안 되나
비와 바람과 햇빛을 쥐고
열심히 별을 닦던 나무


가을이 되면 별가루가 묻어 순금빛 나무


나도 별 닦는 나무가 되고 싶은데
당신이라는 별을
열심히 닦다가 당신에게 순금물이 들어
아름답게 지고 싶은데


이런 나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불러주면 안되나
당신이라는 별에
아름답게 지고 싶은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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