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타깝기도 해요. 어쩌다 그리 뜨겁던 우리가,
따뜻은 고사하고 미지근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해버리기 딱 좋은 애매한 온도의 관계가 되었을까요."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럴 거예요.
서로의 흉터를 바라보며 아파하죠.
그래도 내가 슬플까봐 흉터를 가리진 않았으면 해요.
그것마저도 우리의 일부이고 추억이고 사랑의 증거예요.
만약 당장 상처를 전부 보이기 민망하다면 날 꽉 껴안아 줘요.
상처를 보진 못하더라도 살갗으로 느낄 수 있도록 난 온전히 당신을 알고 싶고,
당신도 그럴 거라 믿어요.

노력하지 않아도 넌 벌써 저만치 멀어졌는데,
차라리 그때 더 곁에 둘 걸. 더 생각할 걸.
더 괴로워하고 무기력해질 걸 그랬다.
이별의 말도 너에게 양보할 걸 그랬다.
나도 참
별 후회를 다해.

나를 보러 올 땐
최대한 옷을 걸치지 말고 와라
난 너와의 사이를 1밀리미터라도 더 줄이기 바쁘니 티 한 장도 버겁다
행여 너무 춥다면
넌 나의 옷 속으로 기어 들어와
나의 살의 온기와
나의 숨의 향과
뛰는 심장의 소리를 들어라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나의 병균을 그대로 너에게 옮긴 후,
내가 나아갈 땐 네가 최고로 열병을 앓고
다시 네가 나아갈 땐 내가 최고의 열병을 앓도록
너는 나의 옷 속으로 들어와 사랑의 열병에 옮아라
그리고 그대로 나에게 옮겨주어라
오직 나에게만 그대로 옮겨 주어라

하도 치열히 타들어가 따뜻하다 거짓말도 못 해줬다.
내 살이 익을까 겁이 나 안아주지도 못했다.
기꺼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아이.
동시에 봐달라며 소리치는 가엾은 아이.
날 사랑해 주는 아이.
난 네가 꺼져버릴까 한숨도 쉴 수 없었다.

어떻게 지내나요?
매일같이 보는 우리지만 한번쯤은 물어보고 싶었어요.
'잘 지내겠지'라는 짐작으로 당신을 담아 두기엔
내 궁금증의 불길은 끝도 없이 번져서 날 열병에 시달리게 해요.
그러니 어서 대답해 줘요.
일상의 순간순간을 방울로 모아 나를 적셔 줘요.
나의 열병을 당신이 잠재워 줘요.

외로움의 젖을 먹고 자란 사랑은 보답을 모른다.
차라리 외로워 죽고 말지 배은망덕한 사랑의 부모가 될 순 없다고 생각했다.
샤이니 종현의 첫 소설 <산하엽 - 흘러간, 놓아준 것들> 中
솔직히 소설책을 낸다고 했을때 큰 기대는 없었는데
읽고 나서는 그게 저도 모르던 편견이었단 걸 알았네요...
최근 후기들은 보면 다음엔 아마 시집을 낼 것 같네요
감성넘치는 김종현 작가님을 응원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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