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밖에 누군가 와
서성이는 소리 있어
행여나 그 사람인가 내 님인가
문 열어 보았지만
아무도
아무도 없고
단지 바람 소리만
단지 바람 소리만
어지러운 뜰에는 초라한 낮달이 떠 있는데
그 사람
그 사람 보고파
가슴에도 바람 한 줄기

끝내 버려지지 않는다
발뒤꿈치 어디쯤 군살이 되었는지
이젠 데리고 살만 하다
흐르고 흘렀어도
세월의 수채 구멍에 끝내 걸려 있는
못난 찌꺼기 같은 그리움들
그래, 어쩌면 이 질긴 것들이
결국 내 하얀 뼛가루로 남을지 몰라
사람도, 사람들의 흔적도 가버린 지금
마음의 끄트머리에 걸려 있는 너라도 있어
이만큼이라도 버티는지 몰라
아니, 이제 너도
생물이 다 되었는지 몰라

현관은 잠겨 있었다
봄은 도둑처럼 창문을 넘어 들어와서
소리없이
낡은 코트 한 벌 훔쳐 달아났다
뒤진 장롱과 설합에서 털려 쏟아진
사물들로
온 방이 수라장이다
그리고
소매치기처럼 달아나버린 봄

아름다운 꽃은 못 되어도
향기는 없어도
세상에 태어난 것을
감사해야지
세상에 태어나
파란 하늘
바라볼 수 있는 것만도
행복한 일이지
화원이 아니라도
파란 들판이 아니라도
내가 피어있는
이곳을 사랑 해야지
곱게 보아주는 이 없어도
칭찬해 주는 이 없어도
서러워하지 않아야지
세상에 태어난 것
만으로도 감사 해야지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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