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스물아홉에 영원이 되고
나는 어느새 일흔 고개에 올라섰구나
너는 분명 나보다 여섯달 먼저 났지만
나한텐 아직도 새파란 젊은이다
너는 영원한 젊음 앞에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늙어가는 게 억울하지 않느냐고
그냥 오기로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할 수야 있다만
네가 나와 함께 늙어가지 않는다는 게
여간 다행이 아니구나
너마저 늙어간다면 이 땅의 꽃잎들
누굴 쳐다보며 젊음을 불사르겠니
김상진 박래전만이 아니다
너의 '서시'를 뇌까리며
민족의 제단에 몸을 바치는 젊은이들은
후꾸오까 형무소
너를 통째로 집어삼킨 어둠
네 살 속에서 흐느끼며 빠져나간 꿈들
온몸 짓뭉개지던 노래들
화장터의 연기로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너의 피 묻은 가락들
이제 하나 둘 젊은 시인들의 안테나에 잡히고 있다
그 앞에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습작기 작품이 된단들
그게 어떻단 말이냐
넌 영원한 젊음으로 우리의 핏줄 속에 살아있으면 되는 거니까
예수보다 더 젊은 영원으로
동주야 난 결코 널 형으로 부르지 않을 것이니
문익환 / 동주야
열불 나는 세상이 물 속에 잠겼다.
우리 아이가 익사했다.
뜨거운 정열과 불타는 의지가 물 속에 잠겼다.
우리 아이는 대학 3학년.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려다 그만.
짐승의 발톱에 물려 죽었다.
우리는 분노한다.
이 시대의 인간임을 포기하고 싶다.
-1987년 2월 연세대 2학년 이한열이 쓴 ‘박종철’이란 제목의 습작시-
칼바람이 쪽방 판자 틈으로 파고드는 그 겨울
흑룡강성 목단강 물소리는 뼈아프게 흘렀으리라
남양군도로 대만으로 만주로, 남경 상해 심양 장춘으로
다시 흑룡강성 목단강에 이르기까지 열일곱 여덟 조선의
내 누이들은, 희디흰 찔레꽃 누이들은
상해사변에서 일본 태평양전쟁까지 처녀공출 당했다
일주일여를 나가사키에서 후쿠오카에서
수없이 겁탈당하고 나서야,
송문헌 / 찔레꽃 누이
얼굴에 참깨 들깨 쏟아져
주근깨 자욱했는데
그래도 눈썹 좋고 눈동자 좋아
산들바람 일었는데
물에 떨어진 그림자 하구선
천하절색이었는데
일제 말기 아주까리 열매 따다 바치다가
머리에 히노마루 띠 매고
정신대 되어 떠났다.
비행기 꼬랑지 만드는 공장에 돈벌러 간다고
미제부락 애국 부인단 여편네가 데려갔다.
일장기 날리며 갔따.
만순이네 집에는
허허 면장이 보낸 청주 한 병과
쌀 배급표 한 장이 왔다.
허허 이 무슨 팔자 고치는 판인가.
그러나 해방되어 다 돌아와도
만순이 하나 소식 없다
백도라지꽃 피는데
쓰르라미 우는데..
고은 / 만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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