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전쟁이 시작됐다. '나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뭐가 힘들다고 노약자석에 오는지 모르겠다'는 소리를 또 들었다. 첫째 때도 전철 탈 때마다 들었는데 둘째 때도 또 듣고 있다. 그럴 때마다 임산부 배지를 더 잘 보이도록 꺼낸다. 허나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나 때는 임신하고도 밭을 맨' 할머니들이 전철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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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보며 3호선에서 1호선으로 갈아탔다. 운이 좋았는지 노약자석에 자리가 있었다. 앉은 지 5분 정도 됐을까. 그 순간이 공포가 엄습했다. 술 취한 아저씨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역시나 표적은 나였다. 일어나라고 일부러 내 다리에 짐을 내려놨다. 그 순간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곤 전화번호 하나를 주문처럼 외우기 시작했다.
'1544-7769. 1544-7769. 1544-7769. 저 아저씨가 시비를 걸다가 혹시라도 내 배를 때리면 바로 문자 해야지 그런데 문자할 시간이 있을까? 미리 써놨다가 전송되게 해놔야지. 그것보다 차라리 서서 가더라도 옆 칸으로 옮기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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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보고 세대 간의 갈등이 극심한 곳을 뽑으라고 하면 "전철"이라고 답하고 싶다. 핑크의자를 만들어도 일부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임산부든 장애인이든 모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힘겨울 수밖에 없다. 그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이 아닐까.
핑크의자를 졸업하며, 다시는 그곳에 앉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간절하다.
http://v.media.daum.net/v/20170215181204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