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1월, 군 입대를 1개월 앞두고 있던 나는 11학번 동기 3명과 함께 김해, 부산 등지로 여행을 떠났다. 그 때 19대 총선을 앞두고 있던 터라 각 정당의 후보들은 막판 유세에 여념이 없던 시기였다. 우리는 김해 여행을 끝내고 부산으로 넘어와 사상터미널에 내리는 김에 막무가내로 당시 사상구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문재인 후보를 만나러 가자고 했고 패기 넘치게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사무실에 갔을 땐 캠프 직원 몇 분만 계셨고 당연히 문재인 후보는 없었다. 이런저런 구구절절한 사연을 대면서 찾아왔다고 말하는 와중에 놀랍게도 문재인 후보가 사무실에 들어왔고 우리는 꼭 한번 대화를 하고 싶다고 사정을 했다. 당연히 캠프 측에서는 난색한 입장을 표했다. 그 때, 문재인 후보가 “얘기 한 번 해봅시다.” 이 한마디를 먼저 꺼냈다. 그러고 나서 십여분 간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당시 나는 정치에 전혀 관심도 없었고, 나에게 정치인이란 권위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달랐다. 누군가의 눈에는 그저 별 볼일 없는 어린 대학생들일 수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도 귀를 기울일 줄 알고 존중을 표할 줄 아는 정치인이 있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게 되었다.
“사람의 진정성을 보려면 그 사람의 입이 아니라 살아온 삶을 봐라”는 말이 있다. 문재인이라는 사람이 살아온 삶은 굳이 여기서 내가 말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인권변호사로서의 삶, 그리고 노무현의 친구라는 운명같은 멍에 덕분에 원치 않은 정치를 하면서 설상가상으로 안팎에서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도 끝내 해냈다. 그 동안 여러 네거티브, 자질 검증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이 사람이 살아온 삶이라는 것은 그것들로 인해 부정될 수 없고 바뀔 수 없는 것이다. 오늘의 결과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문재인으로도 천국은 오지 않는다.” 김어준의 말이다. 인간세계에 천국이 어디 있겠는가.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도 촛불집회부터 시작해서 탄핵정국까지의 민심, 그리고 그 민심이 선택한 대통령이 바로 문재인이라는 것은 참 다행이다. 개인적으로 문재인이라는 사람이 걸어온 길을 봤을 때 충분히 대통령 감이라고 생각해서다. 물론 앞으로의 길이 쉽지 않기에 기대와 더불어 적잖이 걱정도 든다. 하지만 응원할거다. 내가 진심으로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된 것이 너무나도 기쁘고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천국은 아닐지언정 적어도 지옥이라 불리지 않을 사회가 이번 대선 이후 도래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잠이 안 온다. 아무래도 걱정보다는 기대가 조금 더 큰 가보다.
설렘과 걱정이 뒤섞인 오묘한 감정 탓에 괜히 뜬 눈으로 밤을 지새다가 문득 5년전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과의 인연이 떠올라서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연휴 이후 일상에서도 다들 파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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