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확한 명칭은 일간베스트저장소
“일베는 파시스트이면서 에너지 뱀파이어이다. 즉 국가·민족을 종교로 믿는 광신도이면서 관심에 굶주린 관심병자이다. 주로 20대 백수로 구성된 그들은 경제적 불안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개인성을 포기하고 국가·민족·성별(남성)을 열렬히 추구하는 집단이 되며, 그 집단 속에서 자신이 약하지 않다는 확인(자위)을 하고 사회적 약자를 조롱·모독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1. 종북좌빨?
‘김치년’, ‘광주 폭동’, ‘홍어’, ‘종북좌빨’, ‘고무통’. 요즘들어 부쩍 자주 들려오는 단어들이다. 이것들은 한국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에서 주로 창작되고 쓰이는 용어들로 전부 현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일베란 무엇일까?
2. 일베란?
‘일간베스트’. 이하 ‘일베’란 일단 유머 사이트로 분류된다. 이곳엔 갖가지 우스갯 이야기와 사진, 동영상들이 하루에도 수만 건씩 등록된다. 하지만 이 ‘유머’라는 키워드에 무서운 사상과 혐오스러운 가치들이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는 것이 바로 일베의 문제점이다. 일베에 통용되는 커다란 슬로건을 몇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1. 광주는 폭동이다.
2. 전라도는 홍어다.
3. 박정희는 각하다.
4. 전두환은 장군님이다.
5. 한국여자는 김치다.
주로 여성 혐오 사상과 극우 사상(물론 여기서 ‘극우’란 진정한 의미에서의 ‘우’가 아니다), 반공 의식과 군사 정권의 찬양 등이 그 주장들의 바탕을 이룬다.
3. 일베의 뿌리
‘일베’는 생겨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사이트이다. 인터넷이 대중화되자 한국엔 여러 가지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그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이 바로 1999년에 만들어진 ‘DC인사이드’라는 사이트였다.
처음에는 디지컬 카메라나 노트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던 사이트였지만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각 분야에 대한 파트가 세분화되기 시작한다. 그러던 도중 2010년 정치, 시사 게시판과 야구 게시판 등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게시글들을 따로 추려낸 독립 사이트가 등장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일간베스트’의 시초이다.
4. 일베의 특징
(1) 여성혐오- 어째서 ‘수컷’인가?
일베의 주 슬로건 중 하나는 여성혐오이다. 일베 유저들은 한국 여자들을 ‘’라고 부르며(이 외에도 ‘쉰’ ‘묵은지녀’ ‘탈’등의 다양한 파생어들이 있다) 그들의 소비문화나 애정관 등을 경멸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일베 유저들의 대부분은 남성들이고 그들은 항상 ‘남성 지향적’이다. 힘, 권력, 카리스마(여기서 카리스마란 본래의 의미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음을 밝힌다), 여성에 대한 지배. 유명한 일베 유저인 ‘변희재’는 공식적으로 수컷닷컴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하필 ‘수컷’일까?
그들은 현실에서는 실패하고, 나약하고, 외롭고, 비전이 없는 남성이다. 그래서 그들은 가상 현실에서 일베라는 파쇼적 성향으로 뭉친다. 그리고 집단의 이름으로 남을 핍박하고 비꼬고 테러한다. 파시즘에는 사회의 현실에 절망한 개인들이 상처받은 자아를 치유하게끔 하는 기능이 있다. 사회의 부조리에 압도당한 개인성을 거부하고 강력한 집단의 일원이 됨으로서 약한 자신을 부정해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거부하는 (개인성에 포함된) 포용, 사랑, 너그러움 등의 여성성은 기실, 그들의 자기 혐오와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파쇼적인 자신 안에 포함된 여성성을 거부하겠다는 의지이다. 너무나도 여성성을 증오한 나머지 남성끼리의 동성애가 유행처럼 번진 나치의 돌격대가 그 좋은 선례다.
그래서 그들은 여성적인 것을 거부한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남성성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말초적이고 단순한 폭력우위의 법칙을 신봉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 폭력의 ‘바운더리(boundary)’ 안에 있을 때 그들은 스스로 무언가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존감을 회복한다. 하는 짓이라고는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괴롭히는 것일 뿐이지만 말이다.
(2) 백색테러- 사회적 약자에 대한 증오
일베는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을 위해서 사실을 조작하고 조작한 사실을 믿어버리는 단계에 와 있다. 현시점에서 일베와 비교되곤 하는 집단은 바로 일본의 재특회와 독일의 네오나치 정도가 있다. 그들은 집단으로 모여 자신들의 잘못된 신념을 굳건하게 하는 자료를 생산해내고 그것들이 위증으로 밝혀졌음에도 뉘우치지 않는다. 다음은 재특회에 가입했었다가 회의를 느끼고 탈퇴한 일본인 청년 야마구치 유지로 씨의 이야기이다.
“주장이 옳은지 아닌지는 그들에게는 큰 관심사가 아닌 거죠. 마치 ‘컬트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 같아요. 집단의 광기라고 할까.” 하지만 사실 일베는 일본의 재특회, 독일의 네오나치와는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회 구성원의 ‘다수’와 ‘소수’ 중 어디에 속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일본의 재특회는 일본 사회 내의 소수이다. 일본은 2차대전 패전 이후 오랜 기간동안 '국가'라는 말 자체를 금기로 해올 정도로 ‘파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회 내부에 잔재하고 있다. 일본 사회(전쟁범죄 회피를 통해 이룩된 평화 반전주의라는 한계는 있지만)에서 재특회는 아직까지 소수일 수밖에 없다. 독일의 네오나치 역시 득표율만을 고려하자면 사회 내 성소수자정당보다도 지지율이 낮다. 역시 사회의 극소수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일베는 다르다. 일베는 명실공히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미 이 사회의 거대한 기득권에 포함되어(개개인들에게 실질적 이득이 있는지의 여부는 차지하고서라도) 있다. 일베는 한국사회의 다수다. 소수자의 비참함 때문이 아니라 다수에 속해 있다는 우월감과 안심을 얻기 위해 사회의 표면으로까지 기어 나온다. 야당과 대통령을 열정적으로 지지한다는 점만 보더라도 일베는 위의 두 단체와 다르다. 일베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소수집단이 아니라 집권당이 일베를 대의하고 있다는 황당한 현실에서 탄생한 집단으로 봐야 한다.
(3) 관심병- 인터넷 괴물
인터넷 용어로 ‘트롤(troll)’이란 논쟁이 되거나, 선동적이거나, 공격적이거나 불쾌한 내용을 고의적으로 인터넷에 올려 사람들의 감정적인 반응을 유발하고 나아가 공동체의 목적을 방해하는 존재를 지칭한다. 이들의 목적은 악의적으로 해당 논의와 공동체를 파괴하고 기능 불능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관심을 받고 싶어서 미친 짓을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튀어야 한다는 것! 주목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과제가 된다. 하지만 대다수의 트롤들에게는 남들의 이목을 끌 만큼 좋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만들 능력이 없다. 그래서 트롤들은 사랑받지 못할 바에는 욕이라도 먹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들은 관심받기 위해서 이상한 짓을 하곤 한다. 고인을 능욕하고 친인척을 욕하는 일베의 행위가 이에 속한다.
정상인들이 비난을 하면 그들은 기뻐하며 날뛴다. 그렇다고 아예 무시하면, 그들은 사회까지 기어나와 반인륜적이고 혐오스러운 짓을 저지른다. 이들은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 공포와 힘의 화신으로 군림하기를 욕망한다.
5. 사이비종교와도 같은 일베
일간베스트는 극우 파시즘 집단이다. 이러한 극우파시즘은 사이비 종교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사이비 종교의 가장 큰 특징은 전염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원활한 전염을 위해 자신들의 매력을 가다듬는다. 새로운 사람을 끌어 모으기 위해선 뭔가 교리와 계율과는 다른 신선하고 자극적인 ‘코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사이비 종교는 연예, 오락, 사교, 유머 등의 예능적 요소로 사람을 끌어들여 이를 접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친숙함과 소속감을 갖게 만든 뒤 교묘하게 자신들의 사상을 주입한다. 일베 역시 유머와 지식, 유행이라는 소스로 사람들을 불러모아 소속감과 애착을 가지게 만든 뒤 자신들의 사상으로 세뇌시킨다.
따라서 일베를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접근 보다는 종교적인 접근이 보다 효율적이다. 일베는 확실히 재미있다. 많은 이들이 이름만 듣고 눈살을 찌푸리곤 하지만 일단 접속해 보면 의외로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들이 가득한 것에 놀란다. 말초적인 것을 자극하는 UCC동영상, 웹툰, 사진, 게임, 각종 text들은 일단 들어온 이들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특히 나이가 어린 네티즌들의 경우에는 별다른 사상이나 이념, 지식 없이 들어왔다가 금새 친숙해지기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베의 악영향을 막기 위해서는 일단 사이트 자체를 폐쇄해야 한다. 사이비 종교를 없애려면 교주를 먼저 체포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일베 내부에서 언젠가 사이트가 폐쇄되면 갈아타기 위해 만들어놓은 각종 보험 사이트들 역시 미리 차단해야 한다.
6. 일베의 전략
일베는 한국의 거의 모든 커뮤니티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선동과 근현대사 왜곡을 일삼고 있다. 각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일베에 대한 분노와 혐오가 극에 이르렀고 커뮤니티에 유머나 지식을 구하러 온 일반 사람들은 짜증과 피로를 느끼게 되었다.
이와 같은 현상이 심화되면서 사람들은 일베가 뜻을 부정적으로 왜곡시켜 사용하는 ‘노무현’, ‘민주화’, ‘홍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가지게 되었다. ‘게이’라는 단어의 원래 뜻은 ‘행복하다’라는 의미였는데 이것이 동성애자들을 지칭하는 말이 되면서 게이라는 말에 비속어적인 뉘앙스가 가미되게 된 것과 비슷하다.
일베는 ‘민주화’ 등과 같은 단어를 들으면 부정적인 어감이 먼저 들게끔 사람들을 세뇌시켰고 사람들은 이러한 이미지를 서서히 받아들이거나 염증을 느끼고선 생각하고 개입하길 그만둬 버린다. 즉 일베는 타 커뮤니티 사이트를 자신들이 원하는 경지까지 세뇌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소정의 성과를 얻고 있는 셈이다. 일베에게는 성공하면 해당 사이트를 세뇌시켰으니 이득이고 실패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각인시킴과 동시에 정치적 무관심을 이끌어내니 손해 볼 것이 없는 구도이다.
7. 일베에 대처하는 자세
일베는 파시스트이면서 관심, 애정결핍 환자이다. 이들은 현실에서 좌절당한 개인성을 버리고 강한 사회 집단에 자신들을 투영하며 그 집단 속에서 자신의 결핍된 힘과 권력에 대해 자위를 하고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비난, 모욕하면서 살아갈 활력을 얻는다.
이러한 행동의 근원에는 자존심과 자존감의 충돌이 있다. 이들은 자존심은 높지만 자존감은 매우 낮다. 때문에 자신의 자존감을 충족시키기 위한 희생양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것이 군부독재의 파시즘과 융합하여 ‘일베’라는 현대의 괴물을 탄생시킨 것이다.
하지만 일베는 병든 사회,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모욕하다가 구속된 일베 유저가 ‘고졸 20대 마트 비정규직’이라는 기사에 달린 수많은 고졸 비하, 마트 비정규직 비하 악플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일베’를 욕하는 이들은 정상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비(非) 일베인 보통 사람들 역시 고졸, 비정규직 등의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근본적으로 비뚤어져 있다.
몸이 좋지 않은 환경에 있을 때 가장 약한 세포부터 암세포가 되듯 비정상적인 사회에서는 가장 경제적으로 소외되고 마음이 약한 사람부터 변해간다. 결국 일베는 사회적 약자를 짓밟는 경쟁 구도에서 파생된 우리 스스로가 낳은 암세포이다.
암세포라는 것은 굉장히 끈질기고 강해보이지만 사실 특정한 환경에서만 강한 것일 뿐 오히려 매우 연약한 세포가 바로 암세포이다. 일베 역시 그렇다. 인터넷에서, 집단 속에서 그들은 맹수이다. 그러나 유저 하나하나를 떼어놓으면 그들은 굉장히 연약한 존재들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그것은 제 2, 제 3의 일베를 양산할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 일베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따듯하게 접근하는 사회 분위기를 먼저 조성해야 한다. 사이트 폐쇠 등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근본적인 대책과 함께 병행되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이는 암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항암치료를 통해 몸의 힘을 되찾게끔 하면서 순차적으로 암세포를 제거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일베분석글 https://akashicoffice.blogspot.kr/search/label/%EC%9D%BC%EB%B2%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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