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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9년 전 (2017/5/15) 게시물이에요



유례없이 특이한 정치적 관계였던 김영삼 전대통령과 김대중 전대통령 | 인스티즈


유례없이 특이한 정치적 관계였던 김영삼 전대통령과 김대중 전대통령 | 인스티즈


김대중 : 김영삼씨는 대단히 어려운 일도 아주 쉽게 생각한다.

김영삼 : 김대중씨는 아주 쉬운 일도 대단히 어렵게 생각한다.


김영삼과 김대중과는 자타가 공인하는 동지이자 라이벌이었다. 

그들은 비록 노선은 달랐으나 민주화 운동가들의 양대 정신적 지주였으며, 

독재 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야권을 이끌어가며 서로를 지지하고 의지하던 관계였다.

김영삼과 김대중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국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양대 거목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정당 계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민주당의 계파에서 김대중은 장면의 신파의 적자로,

김영삼은 윤보선의 구파의 적자로 자리잡아 정치 세력을 이끌었다.

 또한 이들은 자본가 계급을 대변하던

한민당-민주당 계열의 체질 개선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두 사람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한국을 군부 독재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만들었으며

재야 민주화 운동가 그룹에서 새로운 인적 자원을 수혈했다.

또한 부분적으로나마 서구의 진보 정책을 받아들여

'반 박정희-전두환' 정치결사체 성격이 강했던

신민당의 정치적 수준을 높인 것 역시 김영삼과 김대중이었다.

정당 족보를 따지면 중시조에 해당하는 인물격이다.

71년 대선에서 박정희에 대항할 신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1차 투표에서는 김영삼이 이겼으나,

2차 투표에서 김대중이 승리하며 김대중이 대선 후보가 되었는데 김영삼은 결과에 승복하며

 '김대중 후보의 승리는 곧 나의 승리이기 때문에 김대중 후보의 선거를 적극 돕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두 사람의 신민당 내 입지상 서로 맞서는 위치에 서서 대결하기도 했으나,

궁극적으로 두 사람이 지향하는 바는 동일했다.

5공 역시 온갖 정치 탄압과 규제를 받으면서도 협력하여 민추협을 만들고

신한민주당을 창당하는 등 민주화 운동의 정계 구심점으로 맹활약했다.

이들의 성격을 나타내는 일화로 80년대 민주화 운동 당시 김영삼이 제안한 범국민 천만 서명 운동이 있다.

이때 김대중은 "군부정권의 감시가 서슬퍼런데 현실적으로 천만이 가능하겠냐"며

"백만도 어려운데 그냥 백만 서명 운동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김영삼은 "어차피 둘 다 안 될 거면 통크게 천만 지르자"고 설득해

결국 천만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와 묘하게 얽혀지는 얘기가

김대중의 "김영삼은 대단히 어려운 일도 아주 쉽게 생각한다"는 평과

반대로 김영삼의 "김대중은 쉬운 일도 대단히 어렵게 생각한다"는 평이다.

두 사람의 살아온 인생이나 성격차가 드러나는 부분으로 흥미로운 얘깃거리다.


어쨌든 이들과 민주화 인사들의 노력으로 한국은 민주주의의 희망을 가지며 전진할 수 있었다.

 허나 그 노력의 결실인 87년 대선에서 둘의 단일화가 실패하면서 사이가 멀어졌고,

 군사정권 끄나풀인 노태우가 제13대 대통령 선거에서 어부지리 당선되고 만다.

그리고  때부터 통일민주당과 평화민주당으로 별도의 노선을 굳히게 된다.

특히 김영삼이 90년 3당 합당을 하자 그 차이는 더 벌어지게 된다.


그 후 92년 대선에서 김대중을 누르고 대권을 차지한 김영삼은

아이러니하게도 97년 대선에서 다음 정권을 김대중에게 넘겨주게 된다.

이때 김영삼 차남 김현철(김영삼의 금융실명제 때 구속된 친아들이 맞다)에 대한

 김대중 정부의 사면복권이 거론되면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 했으나,

여론을 거스르지 못한 DJ는 자신의 임기동안 김현철 씨의 사면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김현철의 사면이 이루어진 것은 노무현 정권 말인 2007년이었다) 


김대중은 엉뚱하게 김대중 IMF 책임론이 대두되자 

"IMF의 책임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있다"라고 말했고

김영삼은 "DJ 때문에 노벨상의 가치가 떨어졌다"라고 말하며

둘의 사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듯 했다.

다만 오랜 친구였기에 서로 투닥투닥하다보니

주고받는 말의 수위에 비해 사이가 그리 험악하지는 않았다.

 김영삼은 "DJ와 노무현은 나쁜 정권으로 나중에 심판받을 것이다",

 "DJ는 착한 척 한다", "DJ는 거짓말만 한다", "DJ는 독재자" 등

2000년대 들어서도 막말 수준의 발언을 종종 했지만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김대중조차 "YS가 또..."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


여담으로 이 시기 김영삼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무수한 악평을 가하긴 했지만

그들과도 정작 만나선 별 충돌 없이 잘 지냈고,

특유의 친화력 덕에 (전두환이나 박근혜 등을 제외하면) 

험악한 관계까지 가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2000년대에도 티격태격하던 둘의 사이는

결국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직전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병문안을 가면서 

화해의 움직임으로 나아가게 된다.

당시 병문안을 마치고 나온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하고 나하고 관계는 6대 국회부터 동지적인 관계에 있었고,

 오랜 동지적인 관계로 있었지만, 경쟁 관계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애증이 교차하는 관계입니다."

라고 말했고 기자들이 "두 분이 화해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냐"고 묻자,

 "그렇게 봐도 좋죠. 이제 그럴 때가 된 것도 아닙니까?"라고 언급한 것이다.

더불어 "김대중 대통령에게 가장 서운한 게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일화 실패 때 가장 섭섭했고 IMF 때도 화가 많이 났지만 지금은 하나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때 비록 김대중은 혼수 상태였지만 김영삼은 이희호 여사를 위로했고

그녀도 기자들에게 김영삼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 그를 호평하며 화해의 움직임을 보였다.

또한 김대중 서거 후 김영삼은 동교동계 정치인들을 찾아가 위로했고,

 김영삼이 서거했을 때 다시 동교동계 정치인들이 조문을 와 상교동계 정치인들을 위로했다.

김영삼의 유언대로 통합과 화합이 이뤄진 셈이다.

혼수상태였던 김대중도 김영삼과 화해를 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대통령 임기 중 줄곧 화해를 강조했던 걸 보면 김대중도 김영삼과 화해하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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