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21&aid=0002240486
남녀평등사상이 보편화한 요즘에도 일본 여성들은 남성보다 학벌이 높을 경우 결혼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통념 때문에 최고명문대를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의 신입여학생 비율이 40%대인 것에 비해 도쿄대의 경우 20%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사진은 일본영화 ‘러브레터’에 나오는 여학생의 모습.
올해 여학생 비율 18.4%뿐… 게이오·와세다의 절반 수준
부모들 “아들도 아닌데…” 경제 불황에 유학 안보내
‘2030년 여학생 30%’ 목표로… 적극 홍보 나섰지만 효과 못봐
일본 고등학교에서 최상위권 성적의 여학생들은 대부분 대학 입시를 앞두고 ‘도쿄(東京)대에 지원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심지어 합격이 충분한 성적을 가진 일부 여학생들은 아예 다른 대학의 의대로 진학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 최고의 국립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도쿄대는 왜 ‘여심(女心)’을 얻지 못할까.
1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대는 일본의 다른 명문대와 달리 저조한 여학생 비율로 고민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여학생 비율을 30%로 늘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기도 했지만, 여학생 비율은 여전히 지지부진이다. 도쿄대 출신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으로 여학생들이 도쿄대 입학을 꺼리기 때문이다.
도쿄대 대신 일본의 한 의대에 진학한 여학생은 “도쿄대를 나오면 자기보다 높은 학벌의 여자를 기피하는 남자들 때문에 결혼 상대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고 말했다. 또 이 학생의 어머니는 “도쿄대를 나와서 가정주부로 있으면 ‘세금으로 공부한 사람이…’라는 식으로 여기기 때문에 엄마들 사이에서도 도쿄대 출신임을 숨기는 사람이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기업 등 직장에서도 ‘도쿄대 출신 여자는 일 시키기 힘들다’는 경향이 있어 여학생에게 도쿄대 졸업은 이점이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학생들의 도쿄대 기피 현상은 여학생 비율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도쿄대 전체 학부생 1만4003명 가운데 여학생은 18.7%인 2621명뿐이었다. 약 10년 전인 2003년에도 여학생 비율이 18%대였는데 이후로 여전히 20%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신입생 기준으로는 지난 2004년과 2006년 여학생 비율이 20%를 넘었던 적도 있지만, 올해 입학생은 3144명 중 580명(18.4%)만이 여학생이었다. 도쿄대는 지난 2006년 대책 기구를 설치하고 재학 중인 여학생들을 모교로 파견해 학교를 홍보하고 있지만,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각종 입시와 고시 등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이 약진하고 있는 한국과 비교할 것도 없이 일본의 또 다른 명문대와 비교만 해봐도 도쿄대의 여학생 비율이 얼마나 저조한지 알 수 있다. 지난해 재학생 기준 게이오(慶應)대의 여학생 비율은 35%, 와세다(早稻田)대는 36%로 도쿄대의 약 2배에 달했다. 심지어 이공계 비중이 큰 국립대인 쓰쿠바(筑波)대의 여학생 비율도 39% 정도다. 반면 일본 서부인 간사이(關西) 지역의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교토(京都)대도 여학생 비율이 약 22%로, 도쿄대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대 최초의 여성 이사이자 하버드대 일본리서치센터장을 지낸 에가와 마사코(江川雅子) 전 부총장은 “경제불황과 저출산 경향으로 자녀가 도쿄에서 혼자 지내지 않게 하려는 부모가 늘었다”며 “게다가 아들이라면 무리해서라도 도쿄대 진학을 지원하겠지만 딸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가정이 아직 많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오는 2020년까지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 지도층 비율을 30%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며 “도쿄대와 아베 총리 모두 ‘30%’를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