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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533
이 글은 8년 전 (2017/8/01) 게시물이에요












허공에 손만 내밀어도 바람이 네 얼굴로 조각되는 밤이다 | 인스티즈

당신의 눈빛은

나를 잘 헐게 만든다

아무것에도

익숙해지지 않아야

울지 않을 수 있다

/ 박준, 문병 - 남한강 中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 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당신을 기어이 사랑해서 깊은 밤

당신의 가르마 사이로 별이 오가는 것을 풍경 보듯 보는 밤

당신의 장편소설을 훔쳤으나 사랑한다는 고백은 찢겨있고

나는 결국 버려진 구절이 되는 밤

/ 서덕준, 당신을 기어이 사랑해서 오늘도 밤이 깊다 中

하루 종일 너를 생각하지 않고도 해가 졌다

너를 까맣게 잊고도

꽃은 피고 이렇게 날이 저물었구나

/ 김용택, 젖은 옷은 마르고 中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 정호승, 너에게 中

매화꽃 졌다 하신 편지를 받자옵고

개나리 한창이라 대답을 보내었소

둘이 다 봄이란 말은 차마 쓰기 어려워서.

/ 이은상, 개나리

안녕, 너를 사랑하고부터 해가 몇 번을 내 마음의 동녘에서 떴다가 또 서녘으로 저물었는지 낱낱이 셀 수가 없다.

사월 십삼일 별들이 버들숲처럼 우거지던 밤, 내 마음에 네가 울창해졌지. 내 속이 전부 숲이었어 숲.

줄거리도 없이 시작된 마음에는 어제까지 너와의 포옹이 다녀갔다.

지금도 이 빈방에는 네가 천장까지 출렁이고 있어.

허공에 손만 내밀어도 바람이 네 얼굴로 조각되는 밤이다.

봄꽃처럼 왔는데 겨울 보내고 다시 봄이 오기까지 나는 지지 못했구나.

네가 날 보고 웃던 날을 기억하며

안녕.

/ 서덕준, 바람이 네 얼굴로 조각되는 밤

북풍이 빈약한 벽을

휘휘 감아준다

먼지와 차가운 습기의 휘장이

유리창을 가린다

개들이 보초처럼 짖는다

어둠이

푹신하게

깔린다

알아?

네가 있어서

세상에 태어난 게

덜 외롭다.

/ 황인숙, 일요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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