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이 전쟁에 미치는 영향? - 왜 반도는 요동정벌을 하지 못했는가?

이걸 너무 과대평가하면 곤란합니다. -_-

한니발은 고대 전쟁사에서 최강으로 꼽히는 장군입니다. 사실 그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을만한 장군은 알렉산더 밖에는 없어요.. 그나마 알렉산더는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잘 조직된 군대라도 있었지만 한니발은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카르타고의 특성상 용병에 많이 의존해야 했고 이것은 한니발이 자신의 의도한 조직력이 아닌 기존의 전투방식을 적절하게 조합해야 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한니발은 5만도 안되는 병력을 끌고가서 수십만의 동원력을 가진 로마를 그야말로 관광보냈습니다. 칸나이에서만도 로마는 아무리 낮게 잡아도 3만 이상의 병력을 완전 손실한 것을 추정되죠..(논란이야 많겠습니다만 저것도 엄청나게 낮게 잡은 수치입니다.) 누적된 피해를 계산하면 헤아릴 수 없습니다. 거의 전국토가 한니발에게 털렸고, 남부 카푸아 같은 곳은 아예 로마연합에서 이반까지 할 정도였으니..

그런데 결국 한니발은 로마에게 지고 맙니다. 계속 이겼지만 마지막에 단 한 번 군대를 손실하고 나서 끝났죠..

나폴레옹은 근대 전쟁사의 패러다임을 만든 사람입니다. 기동을 이용해 국지적인 병력우위를 만들어서 상대를 격파하고 포병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상대를 싸우기도 전에 분쇄시키는 그의 역량은 신의 경지였습니다. 그는 참모본부도 없던 시절에 30만의 병력을 각기 다른 경로로 기동시켜서 한 지역에 집결시키는 일을 혼자 해내는 괴물입니다 그런데 결국 점점 몰리더니 워털루에서 한 번 지고 끝났죠..(더 무서운건 워털루도 그의 의도대로 진행되었다면 완전히 이기는 전투였고, 그루쉬가 시키는 대로 안하고 삽질 한거 빼고 다 자기가 원하는대로 진행되었다는 거..)

중국 전국시대에도 명장 악의가 있었습니다. 제나라 성 2개 빼놓고 제나라 전체를 날려버렸죠.. 그런데 왕에게 의심받아서 사령관직에서 해임되고 제나라는 빼앗긴 영토 다 되찾게 됩니다. ㅡ.ㅡ

자꾸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고려군 정예다, 충분히 해볼만한 전투다.. 예 그렇습니다. 이성계는 한국사에 몇 손가락에 드는 네임드 장군입니다. 그런데 이걸로 전쟁을 이길 수 있냐면 다른 문제죠..몇 번 전투에서 이길 지 모르지만 결국 전체적인 열세를 만회할 수준이 안되면 곤란합니다. 한 마디로 장군이 전쟁을 시작해서 전쟁을 끝내버릴 정도가 될려면 장군이 전투의 승리를 반복해서 그 승리의 결과 상대의 정치 시스템을 완전히 파괴하는 수준까지 되어야 합니다. 세계사에서 이걸 해낸 분은 몇 없습니다. 굳이 들자면 .. 징기스칸이나 알렉산더 대왕 정도....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갈리아 먹기 위해서 갈리아 애들이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다 밟고 다녔죠..

이성계의 고려군이 요동을 먹느냐가 관건이 아니라 고려군이 요동을 먹고 난 이후에 상대(명)가 조선의 요동 정벌을 인정하고 전쟁 의지를 포기할 것이냐가 문제의 본질입니다. 명이 요동을 포기하게 만들지 않으면 요동지역에서의 전쟁의 성패는 결국 국가와 국가의 국력싸움이 되죠.. 

장군과 같은 인적자원도 국력의 일부니 계속 이겨줄지도 모르지만 결국 병력은 소모되고 이겨도 열세는 점점 심해지다가 결국 핵심 군대가 날아가면서 게임 셋인 거지요.. 한니발과 나폴레옹이 끝없는 전쟁에서 결국 소모되다가 한 방에 날아간 것처럼..

징기스칸과 알렉산더가 궁극적으로 더 우월한 국력을 가진 국가들을 상대로 정복전쟁에 성공한 이유는 단순하게 지역을 점령하거나 적국의 군대를 격파한 것으로 끝난게 아니라 상대 정치시스템을 완전히 박살내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이렇게 해놓고 그 지역을 점령하지도 못한 케이스도 많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요동을 먹기 위해서는 명이라고 하는 정치 시스템을 완전히 파괴해야 합니다. 북경을 점령하고 명의 황제들을 잡아 죽이고, 중국 대륙을 관통하며 군벌 세력을 몇 개 잡아 족쳐서 중국 대륙을 다시 원말 혼란기로 되돌려야 요동에 대한 지배권이 공고해진다는 것이죠.. 중국의 통일왕조가 존재하는 한 요동지역은 중국왕조를 위협할 왕조가 가장 먼저 들어서는 곳이기 때문에 절대로 요동지역을 안보차원에서 포기하지 못합니다. 

이태조가 물론 한국사 네임드 장수고 고려군이 꽤 정예합니다만 이게 가능할까요? 게다가 이성계는 궁극적으로 고려 왕실과 인연이 없는 그냥 목적에 의해서 편입시킨 군벌장군입니다. 일종의 용병이죠.. 동양의 역사는 이런 계통의 장군은 절대로 신뢰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을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