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야간버스 안에서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저장된 이름 하나를 지운다
내 사소한 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 배홍배,「그리운 이름」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만큼 눈이 온다면 영원히 봄은 오지 않을 거예요.
그대는 나의 별이 되어준다 했나요
나의 긴 하루 책임질 수 있다고 했죠
그런데 어두워져도 별은 왜 뜨지 않을까요
한번 더 말해줄래요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언니네 이발관, 인생은 금물
기다리기만 하다가는
꼭 잃을 것만 같아서 다가갔고,
다가갔다가는
꼭 상처를 입을 것만 같아서 기다렸다.
서성이느라 모든 날들이 피곤했다.
그렇지만 이건 알아다오.
외로워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라는 것을.
그래, 내 외로움의 근본은 바로 너다.
다른 모든 것과 멀어졌기 때문이 아닌
무심히 서 있기만 하는 너로 인해.
그런 너를 사랑해서 나는,
나는 하염없이 외로웠다.
네가 놀이터에 그가 없는 걸 보고서 바로 돌아오기만 했어도 좋았을 텐데...
너는 오래도 그를 기다리더군. 오래도록 그를 기다리고 서 있는 널 보며 느꼈지.
너를 사랑하는 일이 나를 무너지게 할 거라는 걸.
/신경숙, 깊은 슬픔
내 눈엔 보일듯 말듯한
니 보조개가 좋아
한 쪽만 올라갈듯 말듯한
니 입꼬리마저 너무나 사랑스러워
그 웃음 지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미소짓게 돼
그래, 진심은 통하겠지.
하지만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어.
그래서 가끔 거짓말을 하고싶어지는 거야.
- 황경신,「밤 열한 시」
뭘 원해?
꽃을 원한다면 매일 밤 너의 잠자리에 깔아줄게.
보석을 원한다면 네 눈동자보다 큰 것을 빼앗아줄게.
나라를 원한다면 어딘가의 왕국을 갖게 해줄게.
널 위해서는 뭐든 해줄거야.
그러니까 어딘가에서 둘이서만 살자.
/타치가와 메구미, 몽환전설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나태주 - 내가 너를>
잘 지내주어요.
더이상 내가 그대 안의 분홍빛 아니어도
그대의 봄 아름답기를.
<강인호 - 봄안부>
이 밤이 지나면
우린 달리는 것과 흐르는 것들의 목적지에 닿을 거야
그곳에선 너와 나의 이름을 말하는 이도 부르는 이도 없겠지만-
태양 아래에 서서
나는 너의 무늬들을 기억하고 하나하나 불러줄게
/배수연, 야간주행
나는 중력의 깊이만큼 그대를 당기고 싶다
/이해수, 달
너는 어느 곳에도 없었고 또한 어느 곳에도 있었다
나를 비웃듯
무심코 고개를 들었을 때
여전히 그 자리를 맴돌며
완전한 원형의 모습으로
빛나는 네가 있었다
비로소 알았다
아, 달이구나
도망쳐도 떼어 낼 수 없는 그런 달이구나
너는
/달
네가 나의 눈을 태양이라고 불러준 이후로 나는 그늘에서 나왔지.
<블랭크 하치, 이제니>
잘 가,라거나 또 만나자,고 할 수가 없었다.
뭔가를 꿰어놓은 줄이 끊어지면 그 줄에 달려 있던 것들이
한순간 후드득 바닥에 쏟아져버리듯 입을 열어 한마디라도 하게 되면
그 뒤로 시효가 지난 말들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질 것 같았다.
<어디선가나를찾는전화벨이울리고,신경숙>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그대가 나를 몰라줘서 슬프다
한데 그대가 내 진심을 알고서도
모른 척할까봐 실은 그게 더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