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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ikaiill조회 2489l 1
이 글은 6년 전 (2017/12/13) 게시물이에요

매년 크리스마스에 와 애인은 같은 카페, 같은 자리에서 광장에 있는 큰 트리에 불이 켜지는 걸 보러 가. 일 년에 하루 뿐이지만 그래서 더 의미있는 둘만의 행사같은 거지. 함께 보낸 크리스마스가 4번째 되던 날, 는 애인에게 헤어지자고 해.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집안 사정이 경제적으로 힘들어졌기 때문이야. 이런 상황에서 연애는 사치라고 생각했던 는 힘겹게 그녀를 외면해. 그 후 연락이 계속 왔지만 애써 확인하지 않았어.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애인은 더 이상 를 찾지 않아. 연락도 안 하고, 간간히 들려오던 소식마저 끊겨. 최대한 그녀를 잊어보려 했지만 다시 돌아온 크리스마스에 자꾸 애인이 떠올라서 결국 는 트리만 보고 오겠다며 집을 나서.



1.


항상 가던 그 카페 문을 열려다 다시 문고리를 놓았다. 온갖 경우의 수가 머릿속을 지배했다. 만약 네가 저 안에 있으면 어떡하지, 아니야 없을 거야 오버하지 말자.

그렇게 도착하고도 10여분을 문 앞에서 서성이다 결국은 트리 앞에 놓인 벤치에 앉았다. 시계를 보니 곧 트리에 불이 들어올 시간이었다. 딱 이것만 보고 가는 거야. 미련없이. 너와 들었던 노래를 몇 번 반복해 들었다. 신나는 캐롤은 이 상황과 참 안 어울렸다. 노래때문인지 이 거리 곳곳에 묻어있는 네가 아른거렸다. 저 가게 앞에서 널 기다렸었고, 저 꽃집에서 산 꽃을 네가 좋아했었고, 저 식당에서 같이 저녁을 먹었었고.. 그리고 저 카페에서, 우린 이별을 했다. 애써 울지 않으려 고개를 드니 이미 6시가 훌쩍 지나있었다.


- ..어? 왜 안 켜지지?

이 트리는 6시가 딱 되는 순간 조명이 켜진다. 매년 그랬다. 주위를 둘러보니 지나가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오늘 25일 맞는데..붙잡고 물어볼 사람도 없다. 이대로 돌아가야 하나.
이게 지금 안 켜지면 내년에 또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를 잊으려고 왔는데, 트리가 말썽이다.

- 뭐야...짜증나
추운데 카페에서 기다릴 걸. 하며 돌아서는데..





[고르기] 크리스마스날 다시 만날 헤어진 애인 고르기(여자) | 인스티즈

“어제 눈이 많이 와서, 위험하대”

너무 놀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진짜 내 앞에 있는 게 네가 맞나 싶었다. 넌 말 없이 쳐다보기만 하는 내게 물었다.

“이거 보러 온 거 아니야? 오늘 불 안 들어온다니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진짜 이거때문에 온 거야?”
- ...어. 조명 켜지는 것만 보고 가려고 했-

“난 너 보러 왔어. 저거 안 켜지는 거 아침부터 알았는데, 너때문에 왔다고, 내가”




[고르기] 크리스마스날 다시 만날 헤어진 애인 고르기(여자) | 인스티즈

“이래도 네 이유가 내가 아니야?”








2.



너와 매년 가던 그 카페 앞에서 10여분을 서성이다 들어가지 못하고 트리 앞 벤치에 앉았다. 네가 있을 거란 나의 착각이었다. 네가 있길 바랐나보다. 시계를 보니 트리에 불이 들어오려면 10분은 넘게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결국 그 카페에 발을 들였지만 너는 없었다.

- 카페라떼 하나요.
“따뜻한 카페라떼 하나 맞으시죠?”
- 네

생각보다 금방 나온 커피를 들고 창가에 앉았다. 너와 함께 듣던 노래를 들으며 트리를 보고 있으니 추억이 하나 둘 떠올랐다. 첫번째 크리스마스엔 트리 앞에서 사진찍기 바빴고, 두번째는 저 건물 2층에서 저녁을 먹었고, 세번째는 바뀐 조명 색깔에 감탄을 했었다. 그리고 네번째 크리스마스엔...내가 네게 이별을 고했다.

이 거리에 네가 없는 곳이 없었다. 시선을 옮기는 곳마다 네가 있다. 올해 저 트리이 불이 켜지는 걸 본 후에도 미련이 남으면 어떡하지. 내년에도 여기 오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그 때도 내가 이 카페 문 앞을 서성이면 어떡하지. 오늘이 지나고 나서도 네가 보고싶으면, 그러면 어떡하지. 겨우 눌러담고 있던 마음이 자꾸만 새어나왔다.

어느새 고인 눈물을 닦으려 트리에서 눈을 떼 고개를 돌렸는데..





[고르기] 크리스마스날 다시 만날 헤어진 애인 고르기(여자) | 인스티즈

너와 눈이 마주쳤다.

- ...
“...”
침묵 속에서 시계는 6시를 가리켰고, 트리가 반짝였다.
- ...저거 보러 온 거야. 봤으니 이제 가야겠다.
“..거짓말”

대답없이 쳐다보는 내게 넌 한 발짝 다가왔다.





[고르기] 크리스마스날 다시 만날 헤어진 애인 고르기(여자) | 인스티즈

“..그냥 보고싶었다고 말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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