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십기사와 상생하기 위해 스타가 알아야 할 것
새해벽두부터 어느 스포츠신문에서 김혜수와 유해진의 열애설을 보도하고 나섰다. 30여일간의 취재 끝에 김혜수와 유해진이 만나는 현장을 포착했다고 한다. 한 밤 중에 저 멀리서 몰래 망원렌즈로 당겨 잡은 사진이 함께 공개됐다. 인터넷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기자의 해석에 따르면 김혜수는 "외면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그 가치를 알게 된 것"이란다. 정작 당사자들은 입을 다물거나 부정하고 있다.
가십기사는 인기가 있다. 사람들은 연예계 가십기사를 좋아한다. 가십성 파파라치 영상을 모아서 편집한 프로그램은 케이블 방송 매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 가운데 하나다. 당장 연예계 가십 정보를 몰라 궁금해 죽어버릴 것 같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런 정보는 대화를 기술로, 처세를 자산으로 생각하는 세상에서 좋은 이야기 거리가 될 수 있다. 하나 둘 알아두면 일상에서 승룡권이나 파동권처럼 써먹을 수 있다.
가십기사의 존재는 연예계 스타를 향한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실과 다르다. 가십기사는 역설적으로, 대중이 스타라는 호칭으로 소환되는 인간 개개인에게 사실 별 애정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대중은 스타의 열애설을 좋아한다. 그것보다 좋아하는 건 스타의 결혼이다. 2세 소식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보다 열배 정도 더 좋아하는 건 스타의 파경 이야기다. 마약 복용이나 자살 이야기는 훨씬 더 잘 팔린다. 그래서 가끔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이 고인이 되었다는 보도가 튀어나온다.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파렴치한으로 몰아 기자회견을 열고 무릎을 꿇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스타를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당신, 스타가 추락하고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길 좋아한다. 일반적인 가십 정보가 승룡권이라면, 당신의 추락은 12단 콤보이기 때문이다. 가십기사와 스타가 상생하기 위해서, 스타는 반드시 이 잔인한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대중은 스타를 사랑한다. 그렇다고 당신을 사랑하는 건 아니다. 단지 당신의 이름과 당신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스타라고 불리는 아이콘이 필요할 뿐이다. 이 아이콘의 가십이 빨간 휴지든 파란 휴지든 상관없다. 이 휴지는 어차피 똑같은 목적으로 사용될 거다.
언젠가 나훈아는 기자들을 모아놓고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댔다. 자신과 관련된 소문 속의 여배우들을 보호해달라 호소했다. 무대화술이 빛을 발했다. 기어이 바지를 내리고 신뢰를 샀다. 그렇다고 모든 스타들이 때마다 바지를 내리고 신뢰를 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당신의 행복에 관심이 없다. 언론은 당신의 진심에 관심이 없다. 언제나 목적은 더 잘 팔리는 이야기 거리다. 그러니까 바지를 내릴 자신이 없다면, 있는 힘껏 도망쳐라.
2010.01.10 허지웅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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