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의 모든 글은 <창비시선 271, 박연준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내가 깜박이면, 깜박이는 순간 당신은
나락으로 떨어지겠지?
<박연준,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앞으로 얼마나 많은 새벽길들이
내 몸에 흘러와 머물지 모르죠
<박연준, 얼음을 주세요>

담요를 몸에 두르고 앉았는데
그의 머리카락 한 올이 담요에 묻어있다
오래 바라보다 옆에 가만히 내려놓는다
머리카락은 등을 구부정하게 하고 옆으로 누워있다
이 가느다란 선이
오늘밤 내게 온 슬픔이다
<박연준, 연애편지- 물속에서>

안녕?
나는 잘 있어요
잘 웃고, 잘 먹고, 잘 죽어요
<박연준, 안녕?>

이미 죽은 당신이 자꾸 죽을까봐 겁내는
나는,
<박연준, 스물다섯>

어느 날 밤, 내가 침대 끝자락에 매달려
쏟아지는 피처럼 녹고 있었을 때
딱지 아래서 울고 있을 싱싱한 상처와
미라처럼 죽음으로 꽃 피울 아침과
마침표 위로 서툴게 떨어지는 말
<박연준, 늙은 연둣빛, 터널>

나이를 먹는다는 건
조금씩, 넓어지는 감옥에 갇히는 일이라고
<박연준, 늙은 연둣빛, 터널>

아기들이 태어나는 소리, 들려요?
가엾은 죽음들이 생을 뒤집어쓰고 태어나는 소리
<박연준, 안티고네의 잠>

꽃,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박연준, 봄밤>

나는 신호등
적색 신호등
나를 건너면
사고가 나요
<박연준, 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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