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그대
이제 우리 다시 만나면
소중한 말은 하지 말고
그저 먼 허공이나 바라보다
헤어지기로 할까
가을비,이외수
내가 다니던 대학의 문과대 건물 옆엔
스팀목련이 한 그루 있다 해서
진달래 개나리보다 한참은 먼저 핀다 해서
해마다 봐야지 봐야지
겨울난방 스팀에 쐬여 봄날인 듯 피어나는
정말 제철 모르고 어리둥절 피어나는
철부지 목련을 꼭 봐야지
벼르고 벼르다 졸업을 하고
벼르고 벼르다 후딱 십년도 넘어버린
나는 늘 봄날을 놓치고
엎치락뒤치락 추위와 겯고트는
때 아닌 스팀목련도 놓치고
내가 대학 다니던 청춘도 놓치고
채 피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린
나는 늘 나도 놓치고
스팀목련,강연호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앞으로 내게 보내는 편지지에는
가급적이면 모래를 쓰지 말아주세요.
오늘 편지를 받고 성급히 입술에 갖다 대었더니
모래가 씹히더군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요한 볼프강 폰 괴테
믿을 수 있는 나무는 마루가 될 수 있다고
간호조무사 총정리 문제집을 베고 누운 미인이 말했다
마루는 걷고 싶은 결을 가졌고
나는 두세 시간 푹 끓은 백숙 자세로 엎드려
미인을 생각하느라 무릎이 아팠다
미인을 생각하다 잠드는 봄날,
설핏 잠이 깰 때마다
나는 몸을 굴려 모아둔 열을 피하다가
언제 받은 적 있는 편지 같은 한기를 느끼며
깨어나기도 했던 것이다
미인처럼 잠드는 봄날,박준
마음을 꺼내 말해버렸다.
있었던 일은 없었던 것이 되지 않는다.
농담처럼 스친 진심은 이제 두 사람을 어디로 데려갈까.
침대 옆 스탠드의 불을 끄며 여자는 생각했다.
'그렇게 될 일은 기어이 그렇게 되고
그렇게 되지 않을 일은
기어이 그렇게 되지 않으니
복잡해하지 말자.'
그러나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오늘따라 창밖의 가로등이 너무 밝아서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했지만
마음은 쉽게 속지 않았다.
언젠가 너로 인해 울게 될 것을 알지만,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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