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전 엄마가 이렇게까지 화내실 일인지 솔직히.. 이해가 안 가요."
"뭐가 어째?"
"엄마아빠께 속이고 말씀 안 드린 건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제가 그 부분에 대해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요. 꾸지람도 달게 받겠어요. 하지만 동거...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그렇게 죽을죄를 졌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큰언니..."
"동거가 왜 나빠요? 저 선배 좋아해요. 선배도 저 좋아하구요. 좋아하는 성인남녀가 함께 있고 싶어서 같이 지내는 게 그게 나쁜 일은 아니잖아요."
"뭐...뭐어?"
"미성년자도 아니구 30대 성숙한 성인이잖아요. 주중에만 지내려고 아지트 개념으로 시작은 했는데 동거라고 불려도 상관없다 생각을 했어요. 동거가 그렇게 부도덕하고 비난받아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엄마아빠가 생각하시는 것보다 세상이 많이 변했어요. 많은 젊은 사람들이 동거를 해요. 결혼 전에 미리 맞춰보려고 동거를 하는 커플도 있지만, 그냥 그저 좋아서 혹은 경제적인 이유로 등 동거하는 커플들이... 많아요."
"그렇게 당당한데 왜 속였어? 왜 처음부터 떳떳하게 밝히지를 않았어?"
"이러실까 봐요. 엄만 무조건 반대부터 하시잖아요. 제가 무슨 부도덕한 일이라도 저지른냥 중죄인 취급하시잖아요."
"아 그러니까 너는 당당하고 떳떳하다고. 니가 옳고 부모는 틀렸다고."
"그런 말씀이 아니에요. 변해가는 가치관을 왜 인정하지 않으세요? 엄마아빠 세대의 가치관과 우리 세대 가치관이 달라요. 세상이 이렇게 변해가는데 그걸 왜 인정하지 않으시구 그냥 제가 무조건 틀렸다 잘못했다 윽박만 지르시냐구요."
"하.. 그러니까, 우리는 시대의 흐름도 읽지 못하고 세상이 변하는 것도 모르는 고루하고 꽉 막힌 늙은이들이다 이거지? 아무 죄없이 떳떳하고 당당한 너한테 괜히 윽박이나 지르는"
"엄마"
"결국 우리가 틀렸다는 얘기네? 당연히 변해가는 세상에 맞춰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그렇게 부모의 가치관을 무시하고 니 멋대로 살 거면 나가. 나가!!"
"혜영아, 너 지금 불난 집에 부채질하냐. 지금 이 동거에 옳고 그름을 두고 시시비비를 가릴 때야? 지금은 일단 무조건 잘못했다 빌고 또 빌어 엄마 아버지 화부터 풀어야 할 게 아니야. 너 머리는 좋은 애가 이럴 때 왜 이렇게 멍청하게 굴어."
"누가 지금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거야? 어?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다름의 문제라고. 내 말은 엄마가 틀리고 내가 옳다라는 게 아니라 엄마의 가치관과 내 가치관이 다를 뿐이라고. 왜 '다르다'를 '틀리다'라고 받아들이시지? 나도 옳고 엄마도 옳아. 이건 단지 다를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