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pt/5697857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유머·감동 이슈·소식 정보·기타 고르기·테스트 팁·추천 할인·특가 뮤직(국내)
이슈 오싹공포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238 출처
이 글은 7년 전 (2018/8/10) 게시물이에요







 라면을 끓이며 | 인스티즈


박노해, 연필로 생()을 쓴다

 

 

 

밤중에 홀로 앉아 연필을 깎으면

숲의 향기가 방안에 가득하다

사박 사박 연필로 글을 써 내려가면

수억 년 어둠 속에 묻힌 나무의 숨결이

흰 종이 검은 글자에 자욱하다

 

연필로 쓰는 글씨야 지우고 다시 쓸 수 있지만

내 인생의 발자국은 다시는 고쳐 쓸 수 없어라

그래도 쓰고 지우고 다시 고쳐 쓰는 건

오늘 아침만은 견결한 걸음으로 걷고 싶기 때문

검푸른 나무향기 가득한 이 밤에







 라면을 끓이며 | 인스티즈


박후기, 라면을 끓이며

 

 

 

라면을 끓인다

천변 평상 위에 걸터앉아

냄비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마음을 끓인다

뜨거운 국물에

입을 댄다 기어이

입을 덴다

국물도 없는 팍팍한 세상

냄비 바닥을 뒤지며

해물 건더기나 건지고 있는

볼품없는 나무젓가락도 한때

푸른 잎을 매달고

바람을 휘어잡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돌 틈 사이로

물 흐르듯 여름이 지나가고

쓰다 만 열망이

어딘가 남아 있을 거라고

붉게 물든 개옻나무 앞에서

나는 생각한다

마흔 살

평상 위에 놓인 책이 말하는 것은

아직은 나의 미래에 관한 것

내게 필요한 것은

끝없는 인내와 약간의 운

그리고 청춘의 부재를 설명해 줄

그럴듯한 알리바이 한 소절







 라면을 끓이며 | 인스티즈


윤문자, 나이테

 

 

 

~먹어도 배가 고팠다

허리띠를 맸다

졸라맨 허리띠를

풀 수가 없었다

먼저 찬 허리띠는

안으로 들어가고

또 배가 고팠다

배가 고플 때마다

허리띠를 둘러찬

통나무를 본 적이 있었다







 라면을 끓이며 | 인스티즈


박남준, 놀라워라

 

 

 

낙엽 하나 땅에 떨어졌다

어떤 나비의 애벌레에 몸을 내주었나

삭은 뼈처럼 드러난 잎맥들 방울방울

이슬을 매달아 햇빛을 굴린다

그 모습 열반한 선승의 사리 아닌가 생각하는데

몸의 어느 구석에 생기가 남아 있었던가

가을볕에 뒤척이다 발끝부터 토르르~

동그랗게 말았다 번데기 같다

가지에서 떨어져 허공을 부유하다

나비를 꿈꾸었는가

놀라워라 저 낙엽







 라면을 끓이며 | 인스티즈


임영석, 받아쓰기

 

 

 

내가 아무리 받아쓰기를 잘해도

그것은 상식의 선을 넘지 않는다

백일홍을 받아쓴다고

백일홍 꽃을 다 받아쓰는 것은 아니다

사랑을 받아쓴다고

사랑을 모두 받아쓰는 것은 아니다

받아쓴다는 것은

말을 그대로 따라 쓰는 것일 뿐

나는 말의 참뜻을 받아쓰지 못한다

나무며 풀, 꽃들이 받아쓰는 햇빛의 말

각각 다르게 받아써도

저마다 똑같은 말만 받아쓰고 있다

만일, 선생님이 똑같은 말을 불러주고

아이들이 각각 다른 말을 받아쓴다면

선생님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햇빛의 참말을 받아쓰는 나무며 풀, 꽃들을 보며

나이 오십에 나도 받아쓰기 공부를 다시 한다

환히 들여다보이는 말 말고

받침 하나 넣고 빼는 말 말고

모과나무가 받아 쓴 모과 향처럼

살구나무가 받아 쓴 살구 맛처럼

그런 말을 배워 받아쓰고 싶다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쿠팡을 반드시 박살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느껴짐
21:48 l 조회 134
의외로 매너있다는 소개팅 후 애프터 거절..jpg1
21:36 l 조회 1593
경도를 기다리며 원지안
21:30 l 조회 1243
회사회의 특징
21:27 l 조회 1470
일하다가 울었다는 의사.jpg
21:26 l 조회 2178
집 앞에 택배함 설치해놓은 아버지2
21:21 l 조회 1953
유재석과 사는 그녀(?).jpg1
21:18 l 조회 1862
현재 허스키 학대라고 말나오다가 역풍맞은 영상..JPG8
21:18 l 조회 5075 l 추천 8
오늘자 2025년 올해 마지막 로또번호.JPG1
21:15 l 조회 1854
[해리포터] 구번역 신번역 비교.txt
21:15 l 조회 2297 l 추천 1
적성에 맞는 직업.jpg3
21:09 l 조회 3253
너무 춥네요 겉옷 잘 챙겨입으세요 그리고...1
21:08 l 조회 1283
아직 끝나지 않은 가요대전! 가요대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합니다🤗
21:07 l 조회 254
미국에서 팁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8
21:07 l 조회 4566 l 추천 2
굴찜 먹을 때
21:05 l 조회 676
성공시 300억 당일지급1
21:05 l 조회 841
한국인이 말하는 진짜 행복2
21:04 l 조회 1390
남친이 자꾸 기습키스해요1
20:59 l 조회 2447
한 일본인이 안마사에게 들은 폭언
20:52 l 조회 3516 l 추천 1
영양사가 말하는 없앨 수 없는 반찬30
20:49 l 조회 8518 l 추천 2


12345678910다음
이슈
일상
연예
드영배
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