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참 빠르죠
중학생이던 동생이 어느덧 오빠와 같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살아남은 이들의 시간은 흘러갑니다
어여쁜 동생도 몇년 후면 졸업을 하겠죠
하지만 주인을 잃은 교실의 시간은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떠났던 그 날에 멈춰져있습니다.
일주일에도 몇번씩 찾는 빈 교실
어머니의 마음이 들리는듯 합니다
준혁이는 외출을 하지않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딱히 갈 곳도 만날 사람도 없습니다.
방 안에 틀어박혀 말 없이 보내는 하루, 그런게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구조 된 사람보다 침몰 된 사람이 더 많았던 그 날
빠른 속도로 침몰해가던 배 주위로 사람의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바다 위, 거친 풍랑을 온 몸으로 버텨내며 위태롭게 떠있던건 바로 준혁이였습니다.
그는 배에서 구조 된 마지막 생존자였습니다.
모든 것이 빨리 잊히는 세상에서
이들을 기억하며 사는건 쉽지 않은 일이겠죠.
분명 우리는 이들의 슬픔에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단원고 출신이라는것은 주홍글씨가 되어버렸습니다.
졸업식을 마치고 준혁이는 제일 먼저 친구들을 만나러 갑니다.
꽃다발도 전해주고, 지루했던 졸업식얘기도 들려줘야 하니까요.
아버지 말씀에 준혁이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그리고 이건 마음 속 깊은 곳에 담아두었던 또 다른 친구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매일 찾던 친구들의 자리가 아닌 낯선 교실.
그동안 몇번이나 찾아가려했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오늘에서야 올 수 있었다는 이 곳.
준혁이가 찾은 자리엔 한 여학생의 사진이 놓여있습니다.
차마 꺼내보기 힘들었던 아픈 기억.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마지막 순간, 함께 있었던 친구입니다.
머릿 속으로 수백번은 되감아 보았습니다.
좀 더 힘이 쎘더라면, 조금만 더 꽉 잡았더라면 어땠을까. 함께 나올 수 있었을까.
꿈은 뭐였을까, 뭘 좋아하는 아이였을까
준혁이는 수정이가 알고싶어집니다.
준혁이에게 지원군이 생겼습니다. 수정이와 친했던 동창생 누리.
수정이와 졸업여행을 가기위해 부모님께 사진을 받아오기로 한것이죠.
수정이 부모님이 누군가를 탓한다해도, 그게 결코 준혁이는 아니겠죠.
하지만 찾아갈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 오긴했지만,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한듯합니다.
누리도 수정이네 집을 찾는건 오랜만입니다.
수정이와 함께 수많은 추억을 같이 했던 방.
시간이 멈춰버린 이 곳에서 수정이는 언제나처럼 기억 속 모습 그대로 친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준혁이의 마음도 이미 다 알고있지않을까요.
준혁이는 그 약속을 지키러 갑니다.
수학여행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려봤던 제주도.
한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는데 이 곳에 닿는 길은 왜 그렇게 멀고 험했을까요.
제주도 바다를 바라보며, 예진이는 친구와 한 마지막 통화를 떠올립니다.
준혁이는 이 곳에서 자신을 지켜낼 용기를 얻어갑니다.
친구들이 한밤중에 모였습니다. 수정이 부모님을 만나러 온 길.
준혁이가 전하는 수정이의 수학여행 이야기.
손을 마주 잡는것
이 작은 움직임이 어떤이들에겐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합니다.
살아남았기에 살아야했던 하루하루는 힘겨웠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상처에 짓눌리는 대신 친구들의 꿈을 기억하며 용기를 내려 합니다.
별이 되어 사라진 수백개의 꿈이 있습니다.
그 별들이 영원히 반짝일 수 있도록 잊지 않겠습니다.
오늘은 친구들과 이별한지 684일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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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글쓴이 : 익명회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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