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름
내 이름의 끝 음만을 불러주는
그대의 버릇을 사랑했다
그대의 동네에서는 흔히 이렇게들 부른다 하였지만
나는 처음 들어본 그 애칭이,
그대가 불러준 나의 끝 이름이 듣기 좋아
그대가 나를 부를 때
괜히 단번에 못 알아듣는 척을 할 때도 있었다
고작 줄어든 건 이름 한 글자였지만
그대의 부름 하나로
나는 그대만의 의미를 갖고
그 의미는 우리의 거리를 좁혀주었다
그래, 오랜 시의 표현처럼
그대가 나의 이름을 부를 때
나는 그대를 향해 흩날렸고
그대는 그대만의 향기와 빛깔로
나를 물들이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대의 짧은 부름 하나로
그대는 내게 잊혀지지 않을 한 송이의 꽃이 되었다
그대에게도 나의 부름이,
내 끝 이름이 오래도록 맴돌았으면 좋겠다
그대의 입안에 내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
부르면 부를수록 의미를 갖는 게 이름이라고 말했지
나는 그대에게서 잊히지 않을 소중한 의미가 되고 싶다
이미 나의 소중한 의미, 그대에게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