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장마의 시작을 당신 생각으로 채웁니다
한두방울로 시작된 그대 생각을 참지 못하고
또 한바탕 쏟아 내립니다
뭐가 그리 슬퍼
나는 간밤에 왜 이리도 많은 눈물을 흘릴까요
매번 날 울리는 건 그때의 추억일까요
그때의 그대일까요
부딪치는 빗소리가 잠을 깨우는 밤
항상 나를 잠재워주던
꿈같은 그대의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한 방울이어도 좋으니 부딪치는 빗소리 대신
다시 한번 나를 불러줄 순 없나요
시간에 씻겨 점점 희미해지는 나의 기억에
다시 한번 그대를 덧씌워 줄 순 없을까요
깊은 새벽, 동이 틀 무렵까지
떠올릴 그대가 있는 걸 보면
그대를 아주 많이 사랑하긴 했나 봅니다
그댈 잃은 나의 장마가 이렇게 길 줄 알았으면
우리한테 주어진 행복을 천천히 쓸걸
짙은 후회는 도저히 희석되지 않는 밤이네요
한동안 비가 온다합니다
우산을 자주 잃어버리던 그대가
벌써부터 걱정이네요
내가 있는 곳엔 한바탕 쏟아져도 좋으니
부디 장마가 그대만은 피해가길 바랍니다
장마의 시작을 당신 생각으로 채웁니다
빗줄기는 하염없이 흐르는데
정작 당신은 흘려보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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