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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년 전 (2021/5/13) 게시물이에요

 

위그든씨의 사탕 가게.txt | 인스티즈

[위그든씨의 사탕 가게]

 

 

 

_이해의 선물

 

 

폴 빌라드 作

 

 

 

 

 

 

 

 

 

*

내가 위그든 씨의 사탕 가게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은 아마 네 살쯤 되었을 때의 일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많은 싸구려 사탕들이 풍기던 향기로운 냄새는 

반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내 머릿속에 생생히 되살아난다. 

 

 

 

 

 

 

 

 

 

 

 

 

**

위그든 씨는 골라 놓은 사탕을 봉지에 넣은 다음, 잠시 기다리는 버릇이 있었다. 

한 마디도 말은 없었다. 그러나 하얀 눈썹을 치켜올리고 서 있는 그 자세에서 다른 사탕과 바꿔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계산대 위에 사탕값을 올려놓은 다음에야 비로소 사탕 봉지는 비틀려 돌이킬 수 없이 봉해지고, 

잠깐 동안 주저하던 시간은 끝이 나는 것이었다.

 

 

 

 

 

 

 

 

 

 

 

 

***

그 무렵, 나는 돈이라는 것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그저 어머니가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건네 주면, 

그 사람은 또 으레 무슨 꾸러미나 봉지를 내주는 것을 보고는 

'아하, 물건을 팔고 사는 건 저렇게 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잡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한 가지 결단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위그든 씨 가게까지 두 구간이나 되는 먼 거리를 나 혼자 가 보기로 한 것이다. 

상당히 애를 쓴 끝에 간신히 그 가게를 찾아 커다란 문을 열었을 때 

귀에 들려 오던 그 방울 소리를 지금도 나는 뚜렷이 기억한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천천히 진열대 앞으로 걸어갔다.

 

이쪽엔 박하 향기가 나는 납작한 박하 사탕이 있었다. 그리고 쟁반에는 조그만 초콜릿 알사탕, 

그 뒤에 있는 상자에는 입에 넣으면 흐뭇하게 뺨이 불룩해지는 굵직굵직한 눈깔사탕이 있었다. 

단단하고 반들반들하게 짙은 암갈색 설탕 옷을 입힌 땅콩을 위그든 씨는 

조그마한 주걱으로 떠서 팔았는데, 두 주걱에 1센트였다. 

물론 감초 과자도 있었다. 그것을 베어문 채로 입 안에서 녹여 먹으면, 꽤 오래 우물거리며 먹을 수 있었다.

 

 

 

 

 

 

 

 

 

 

 

 

 

 

 

 

 

 

****

'너, 이만큼 살 돈은 가지고 왔니?'

 

'네.'

 

나는 대답(對答)했다. 그리고는 주먹을 내밀어, 

위그든 씨의 손바닥에 반짝이는 은박지로 정성스럽게 싼 여섯 개의 버찌씨를 조심스럽게 떨어뜨렸다.

 

위그든 씨는 잠시 자기의 손바닥을 들여다보더니, 다시 한동안 내 얼굴을 구석구석 바라보는 것이었다.

 

'모자라나요?'

 

나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 나서 대답했다.

 

'돈이 좀 남는 것 같아. 거슬러 주어야겠는데…….'

 

그는 구식 금고 쪽으로 걸어가더니, '철컹' 소리가 나는 서랍을 열었다. 

그러고는 계산대로 돌아와서 몸을 굽혀, 앞으로 내민 내 손바닥에 2센트를 떨어뜨려 주었다.

 

 

 

 

 

 

 

 

 

 

 

 

 

 

*****

내가 예닐곱 살 되었을 때, 우리 집은 동부로 이사를 갔다. 거기서 나는 성장하여 결혼도 하고, 가정도 이루게 되었다. 아내와 나는 외국산 열대어를 길러 파는 장사를 시작했다. 당시는 양어장이 아직 초창기를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이라, 

대부분의 물고기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지에서 직접 수입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 쌍에 5달러 이하짜리는 없을 정도였다.

 

 

 

 

 

 

 

 

 

 

어느 화창한 오후, 남자 아이 하나가 제 누이동생과 함께 가게에 들어왔다. 

남자 아이는 예닐곱 살 정도밖에는 안 되어 보였다. 나는 바쁘게 어항을 닦고 있었다. 

두 아이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수정처럼 맑은 물 속을 헤엄치고 있는 아름다운 열대어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남자아이가 소리쳤다.

 

'야아! 우리도 저거 살 수 있죠?'

 

'그럼.'

 

나는 대답했다.

 

'돈만 있다면야.'

 

'네, 돈은 많아요.'

 

하고 남자 아이가 자신 있게 말했다.

 

 

 

 

 

 

 

 

 

 

 

 

 

 

 

******

나는 손을 내밀었다. 다음 순간, 꼭 쥐어진 여자 아이의 주먹이 내게 다가왔을 때, 

나는 앞으로 일어나게 될 사태를 금세 알아챘다. 

그리고 그 어린 소녀의 입에서 나올 말까지도 소녀는 쥐었던 주먹을 펴고, 

내 손바닥에 5센트짜리 백동화 두 개와 10센트짜리 은화 한 개를 쏟아 놓았다.

 

그 순간, 나는 먼 옛날에 위그든 씨가 내게 물려준 유산(遺産)이 내 마음 속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제서야 비로소, 지난날 내가 그 노인에게 안겨 준 어려움이 어떤 것이었나 알 수 있었고, 

그가 얼마나 멋지게 그것을 해결했던가를 깨닫게 되었다.

 

 

 

 

 

 

 

 

 

 

 

 

 

 

 

 

 

*******

'모자라나요?'

소녀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돈이 좀 남는 걸'.

나는 목이 메는 것을 참으며 간신히 말했다.

 

'거슬러 줄 게 있다.'

 

나는 금고 서랍을 뒤져, 소녀가 내민 손바닥 위에 2센트를 떨어뜨려 주었다. 

그리고 나서, 자기들의 보물을 소중하게 들고 길을 걸어 내려가고 있는 

두 어린이의 모습을 문간에서 지켜보고 서있었다.

 

 

 

 

 

 

 

 

 

 

 

 

 

 

 

********

아내가 나를 보고 말했다.

'물고기를 몇 마리나 주었는지 아시기나 해요?'

'한 삼십 달러어치는 주었지.'

 

나는 아직도 목이 멘 채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어.'

 

내가 위그든 씨에 대한 이야기를 끝마쳤을 때, 아내의 두 눈은 젖어 있었다. 

아내는 걸상에서 내려와 나의 뺨에 조용히 입을 맞추었다.

 

'아직도 그 박하 사탕의 향기가 잊혀지지 않아.'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마지막 어항을 닦으면서, 

어깨 너머에서 들려 오는 위그든 씨의 나지막한 웃음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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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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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별명이 위그든씨였는데ㅜㅜ 이 소설을 교과서에 넣으신분을 증오했더랬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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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위그든씨였어요???
2년 전
아 제가 위씨라서요!!ㅋㅋ
2년 전
아하 위씨그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닷*^^*

2년 전
내 감동 돌려줘요 ㅜ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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