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인스티즈 익명잡답 게시판에 글을 썼을 때 다행히 많은 회원분들이 보고 공감해 주었습니다. 거기 댓글 중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인티포털 게시판에도 올리면 어떠냐는 제안을 하셔서, 인포 양식에 맞게 글을 조금 수정하여 올리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동안 쑥스러워 글은 거의 쓴 적 없는 회원입니다. 근데 이번에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오늘 친구랑 홍대에서 만났는데요. 날씨가 너무 말도 안 되게 뜨겁고 더워서 바로 카페로 피신했습니다.
그렇게 뜨거운 시간을 피하고 카페에서 나와서 길거리를 걸어가는데, 어떤 아주머니께서 엄청 분에 찬 목소리로 전단지를 나눠주셨습니다. 우리 아들이 죽었다고 말하시면서.
받고 보니까 호텔 투숙객이 수영장에서 사망한 사건이었습니다. 전에 봐서 무슨 일인지 알고 있었고 친구한테도 설명을 해줬습니다. 근데 설명을 하면서 저도 격해지고 친구도 맘이 동했는지 편의점에서 포카리를 사서 아주머니께 가져다드렸습니다.
아주머니(사망하신 분 어머니)가 처음에는 거절하시다가 응원한다고 이렇게 말을 하니까 받으시면서 힘이 된다고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러면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분명 안전요원이 있어야 하는 게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호텔 측에선 벌금 1천만 원 낸 게 끝이고 제대로 사과도 안했다고 합니다. 청원 기간도 6월 말까지라 얼마 안 남았아서 조금이라도 알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직접 전단지를 나눠주고 계시다고 합니다.
전에 호텔 수영장 사건을 보면서 무의식중에 느꼈던 게 호텔 수영장이니까 좀 사는 집 아들이 죽었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과는 별개로 그래서 저랑 좀 먼 얘기라고 느껴진 것도 있었습니다(지금은 후회하고 있습니다).
근데 저희가 만났던 아주머니는 썬캡같은 천모자를 쓰시고 머리 윗쪽이 새하얗게 새셨고, 등산복 스타일의 어떻게 보면 좀 낡은 복장이셨습니다. 전에 무의식중에 생각했던 여유있는 느낌이 전혀 아니고 굉장히 위태로워 보이셨습니다... 목도 다 쉬시고..
그리고 사망하신 분 아버지도 이번 사건 발생하고 낙상 사고로 갈비뼈 4개가 부러지셨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여긴 제대로 못 들었지만 두 분 다 엄청 힘들고 고생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절박한 목소리로 전단지를 나눠주시는데 사람들이 안 받는 모습을 보면서, 또 저희가 카페에서 시원하게 있는 동안 아주머니는 저희가 더워서 실내에 들어가있던 순간에도 그 땡볕에 저렇게 거절당하면서 아들이 억울하게 죽었다는 전단지를 나눠주고 계셨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아주머니도 저희랑 얘기하면서 눈물이 안 멈추셨는지 계속 울면서 나눠주시고, 저도 아주머니랑 같이 울었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주머니 있는데서 멀어져서 한참 걸어가는데도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이게 아까 받았던 전단지입니다. 한 번 읽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 몰라 호텔명과 회사 이름은 지웠습니다.)
사진 내용 중에 '제 아들이 사망하였습니다.'라고 쓰여진 부분 보이시나요. 아들이 죽었다고 쓰는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사실 저희집은 대가족입니다. 삼촌도 저와 비슷한 나이(20대중반)에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저희집은 화목하지만, 가끔 찾아오는 그 슬픈 순간이 있습니다. 현충원에 안치되어 계셔서 매년 현충원도 가는데 30년이 지났을 텐데도 그때 할머니 할아버지의 표정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근데 이 분은 병도 아니고 호텔 측의 잘못으로 한순간에 억울하게 돌아가셨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열심히 사셔서 좋은 직장도 갖고 곧 결혼을 앞두고 돌아가셨다고 하셨습니다.. 심지어 외동아들이라고 합니다. 이분들은 자식이 아예 사라진 겁니다. 가슴이 짓밟히는 감정을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깊이까지는 못 느낄테니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이제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청원 인원이 5천명도 되지 않더라고요(이것도 익명잡담방에 글을 올리고 다행히 많은 분들이 청원해주셔서 700명 정도가 늘어난 겁니다). 제가 이 사건을 알고 있었어서 꽤 크게 알려졌구나 했는데 아니어서 집 와서 확인하고 놀랐습니다.
여러분,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8749
한 번만 이 사건에 관심을 기울여줄 수 있을까요. 호텔 측의 행동이 너무 화가 납니다. 아직도 아주머니의 눈물이 생각이 나요. 물론 죽은 아들이 돌아오지는 않지만 이분들을 조금이라도 돕고 싶은 마음에 글을 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