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태어나 선인장으로 살지요
실패하지 않으려 가시가 되지요
이병률, 사람

산 하나를 다 파내거나
산 하나를 쓰다 버리는 것
사랑이라 한다

내게 공중에 버려지는 고된 기분을
여러 번 알리러 와준 그 사람을
지금 다시 찾으러 가겠다고 길을 나서고 있는 나를
나는 어쩔 것인가요
이병률, 그 사람은 여기 없습니다

이렇게 모두가 아름다우니
우리도 얼마나 곧 사라질 텐가
이병률, 설산

우리는 저마다
자기 힘으로는 닫지 못하는 문이 하나씩 있는데
마침내 그 문을 닫아줄 사람이 오고 있는 것이다
이병률, 사람이 온다

자면서 누구나
하루에 몇 번을 뒤척입니다
내가 뒤척일 적마다
누군가는 내 뒤척이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지구의 저 가장 안쪽 중심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자면서 여러번 뒤척일 일이 생겼습니다
자다가도 가슴에서 자꾸 새가 푸드덕거리는 바람에
가슴팍이 벌어지는 것 같아
벌떡 일어나 앉아야 죽지를 않겠습니다
어제는 오늘은 맨밥을 먹는데 입이 썼습니다
흐르는 것에 이유 없고
스미는 것에 어쩔 수 없어서
이렇게 나는 생겨먹었습니다
신에게도 신이 있다면 그 신에게 묻겠습니다
지구도 새로 하여금 뒤척입니까
자다가도 몇 번을
당신을 생각해야
이 마음에서 놓여날 수 있습니까
이병률, 새

한 잔을 비우고 난 뒤 한 병 값을 치르겠다고 하자
주인이 술 값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당신이 취하기 위해 필요한 건 한 잔이 아니었냐며
주인은 헐거워진 마개로 술병을 닫았다
바지 주머니엔 도장이 불룩하고
천막 안 전구 주변에선 날파리들이 빗소리를 냈다
도장을 갖고도 거대하고 육중한 한 시절의 어디에다
도장을 찍어야 할지 모르는 나는
온통 여백뿐인 청춘이었다
이병률, 미신
모두 이병률 시인의 [바다는 잘 있습니다]에 수록 된 시야!
좋은 저녁 보내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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