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정말로 지구가 그렇게 고통스러운 곳이라면,
우리가 그곳에서 배우게 되는 것이
오직 삶의 불행한 이면이라면,
왜 떠난 순례자들은 돌아오지 않을까?
그들은 왜 지구에 남을까?"
"왜 우리는 모두 같은 기계 자궁에서 태어나는지.
이 행복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지.
우리는 슬픔을 알지만 그럼에도 지속적인 갈등과 고통, 불행은
왜 항상 상상의 개념으로만 남아 있는지."
-잘 자.
처음으로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깔개 위에 몸을 뉘었을 때
희진은 문득 울고 싶었다.
고작 그 정도의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사실을
예전에는 몰랐다.
"이렇게 쓰여 있구나."
할머니는 그 부분을 읽을 때면 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이다."
류드밀라가 그렸던 행성. 푸르고 묘한 색채의 세계.
인간과 수만 년간 공생해온 어떤 존재들이 살았던
오래된 고향을,
수빈은 순간 이상한 감정에 휩싸였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느낀 적 없는 무언가가 아주 그리워지는 감정이었다.
"우리가 인간성이라고 믿어왔던 것이
실은 외계성이었군요."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
"한순간 윔홀 통로들이 나타나고
위프항법이 폐기된 것처럼 또다시 윔홀이 사라진다면?
그러면 우리는 더 많은 인류를 우주 저 밖에 남기게 될까?”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
그게 찍어 맛볼 수 있고
단단히 만져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
"의미는 맥락에서 부여된다.
하지만 때로는, 어떤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니라
단지 눈물 그 자체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6.
"이제......."
단 한마디를 전하고 싶어서 그녀를 만나러 왔다.
"엄마를 이해해요."
"여성으로 사는 삶을 공유하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다른 세대를 살아야 하는 모녀 사이에는
다른 관계에는 없는 묘한 감정이 있다.
대개는 그렇다."
7.
별들과 뿌옇게 흩어진 성운이 보였다.
더 많은 별이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수도 없이 보았던 저쪽 우주와 별다를 바도 없었다.
재경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래, 굳이 거기 까지 가서 볼 필요는 없다니까"
엄마가 한번 술에 취해서 나에게
영상 메시지를 보냈던 적이 있거든.
그냥 힘들다고,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와 증오를
동시에 보내는 게 지긋지긋하다고 투덜거리는 얘기였는데,
평소에도 잔뜩 듣던 이야기니까 적당히 들어주면서 무시했지.
근데 그날 엄마가 이렇게 말했어.
'나는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는데. 그렇지?'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