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어머님 쓴 육아일기 올리면서 한 말 "유년시절 기억이 날 살게 한다"
"엄마, 이제 해님이 자러 들어갔지?
해님 집은 구름 속이지?
해님이 구름 속에 자러 들어가니까 이제 밤이 되서 달님이 나왔지?"
"그래."
"엄마, 저기 좀 한 번 봐. 별님이야.
와. 별님이 기범이 따라온다. 기범이가 착하니까 별님이 기범이 따라오지?"
"그래, 우리 기범이가 착한 일 많이 하니까 밤에 잘때 기범이 지켜주려고
별님이 기범이 집까지 따라 오는거야."
'95.10.28
"엄마, 내가 쓴 약 먹으니까 입 속에 있는 벌레들이 다 죽었지?
엄마, 내 입 속에 한 번 봐. 벌레들이 죽었나. 아-"
"어머, 벌레들이 다 죽었네. 기범이가 쓴 약을 잘 먹으니까 벌레들이 다 죽었다."
"그러니까 병원 가면 선생님이 '입 아- 하고 벌려봐라' 하고
벌레들이 다 죽었으면 주사 안 맞아도 되지?"
"그래, 우리 기범이 참 잘 아네."
'95.10.30
설악산을 다녀와서ㅡ
기범아!
우리 기범이도 이제 정말 많이 큰것 같구나.
설악산을 다녀와서 엄만 그걸 느꼈단다.
지난해 민지누나랑 비선대까지 올라갔을땐 비 녀석이 엄마, 아빠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넌 모를거다. 울고 떼쓰고 걸을려고도 하지 않고
업어달라고 조르고,
하지만 이번엔 얼마나 씩씩하게 잘 걸어가던지.
조금 가다가 지치면 "엄마. 나 힘들어." 하면서 주저앉았다가도 다시 일어나서
마구 뛰고 장난치며 비선대까지 어렵사리 올라가는 기범이를 보고
엄마 아빠는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단다.
통일전망대로 가는 길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많아
얼마나 맑고 좋았니?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고.
우린 정말 자연을 사랑하며 살아야 할 것 같지?
"엄마. 내 밥 먹는 쌀! 벼가 누렇게 익어서 껍질을 까면 쌀이 되지?" 하면서
황금들판을 바라보며 마냥 좋아하던 기범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엄만 우리 기범이가 자연과 더불어 살게 하고 싶단다.
적조현상으로 황토빛으로 변한 바다를 보며,
"엄마. 사람들이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려서 똥물이 됐어?" 하면서
자연파괴 현상을 심각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기범.
그래, 된 사람 다음에 난 사람이라야 정말 훌륭한 사람이 되는거란다.
기범아! 엄마, 아빠는 너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
꿈도 사랑도,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도.
'95.10.11
아빠보다는 엄마를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우리 기범이는
노래를 좋아하고, 영어를 좋아하고, 또한 감성이 풍부하다. 쉽게 울고 쉽게 웃고-.
누가 큰 소리로 야단친 것도 아닌데 사소한 농담에도 뭐가 그리도 서러운지 두 눈에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녀석. 너 왜 우는데 하고 물을라치면 엄마 치마폭에
머리를 묻고 더욱 더 서럽게 울어버리니 때로는 정말 얘가 왜 이러나 싶은 게
감당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사내녀석이 저렇게 눈물이 흔해서 어디다 쓰누
싶다가도 나 자신을 한 번 되돌아보면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어릴적부터 유난히 눈물이 많았던 나이기에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왜 우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해도 딴에는 서러운 마음들이 내 마음 속에는 들어있었다는 것을
안다.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은 별난 감정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지금도.
우리 기범이도 그럴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 일도 아닌 것들이 자신에게는
큰 바윗덩이로 와닿는 세심하고 풍부한 감성들로 조금은 힘든.
하지만 그만큼 창조적인 일을 하며 멋있게 살아가리라 믿는다.
'95.1.23
엄마는 기범이에게 진정한 엄마의 마음을 전해주고 싶단다.
어린시절의 니 모습을 하나하나 기록해서
삶에 지치고 피곤할 때 너의 어린시절을 되돌아보며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살아가면서 진정 누려야할게 어떤건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며 가치있는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부모의 마음은 자신이 부모가 되어봐야 안다고 옛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엄마는 우리 기범이를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사랑한단다.
어머님 육아일기에서처럼 커서도 눈물이 많아서 샤이니에서 울보 담당인 키
(이 사진도 울고 있던 키에게 리본을 묶어줬더니 울음을 그쳤다는 귀여운 사연이)
+ 그리고 좀 전에 올라온 글
기범이가 태어난지 100日 되는 날!
쬐그만 하던 녀석이 이젠 제법 많이 컸다.
혼자서 사물을 보며 놀 줄도 알고 신이 나면 옹알거리기도 한다.
노래를 불러주고 이야기해주는걸 알기라도 하는듯이 사람이 옆에있어주면
더욱 좋아한다.
한번씩 제 손을 보며 놀기도 하는데 오늘은 금반지를 낀 손가락이
더욱 더 예뻐보인다.
할아버지께서는 '우리 두꺼비, 우리 두꺼비' 하시면서 사랑을
아끼지 않으신다.
정말 사랑스러운 우리의 기범이!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라주길ㅡ
'9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