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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나미 ll조회 1594l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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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망하지 않아서 살아서 있다 | 인스티즈



K형 나는 형을 생각하고 있어요 형은 지금 빈 잔을 매만지고 있겠죠 누군가 그 잔을 채워줄 때까지는 형을 생각할 작정입니다

이곳은 쓸쓸합니다 나를 알아보는 이가 없기 때문이죠 사실 혼자 있고 싶었어요 발바닥을 밟고 걸어가는 것처럼 문득 돌아보아도 여전히 나는 있는 것처럼 이곳에도 들판은 없어요 우리에겐 언제나 그랬지 형이 있다면 이곳도 조금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보는 중입니다 어디서나 마찬가지인가 봅디다 이곳도 봄이고 먼지 같은 것들이 날리고 있어요 그런 게 추억이겠지만, 알다시피 우리에겐 남은 것도 남길 것도 없어요 그건 그저 먼지 같은 것이겠지

내가 이 엽서를 다 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옛날부터 알고 있었죠 당신이 나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에요 K형 그러니 내가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그렇게 짧은 시간인데 이렇게, 뒤죽박죽의 시간이 나를 찾아온다고 해도 나는 형을 위해 내 호주머니를 뒤지지 않을 작정입니다 우리는 골몰하는 시간을 그토록 사랑하지 않았나요

이곳이 멀다고 생각할 때, 나는 형을 원망하고 있어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말이죠 모든 골목에서 형의 눈동자를 볼 수 있어요 그커다란눈동자가공중을박차고날고있소아래에서위에서날리고길가에멈춰있고이따금채고그속도에나는숨을멈출수가없지 당신의 눈동자를 볼 때마다, 괴로운 일이야 당신 따윈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K형 당신은 이미 알고 있어요 그 매끄러운 빈, 잔을 채울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는 걸 그러니 형은 늘 목이 마르겠지 하지만,

깊은 시간을 뛰어다녀도 좋지 그게 아니어도 좋고 우리는 알고 있어도 또 모르고 있어도 괜찮아요 그런 것을 허락이라고 말하는 것이겠지 나는 이곳에서 이 못 써먹을 사연을 감당해보려고 합니다 또 누가 알겠어요 내가 형을 혹은 형이 나를 추억할 수 있을지,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말이지만

/유희경, 보내지 못한 개봉 엽서






나는 망하지 않아서 살아서 있다 | 인스티즈



우리 할머니는 자주 하시고, 하시고 난 뒤의 할머니는 기분이 좋다 하시고 난 뒤의 할머니는 등목을 하시고, 머리를 다듬으시고, 인찬아 물 좀 끼얹어라 말씀하신다

어느 날인가 너무 어린 나는 땅바닥에게 물을 쏟아 버렸다 할머니는 너무 어린 나에게 이 망할 것이 말씀하셨다 쏟아진 물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데

아직도 나는 망하지 않는다

나는 언제쯤 망할까? 그것이 언제나 가장 궁금했다 사람들은 세상이 망하기를 언제나 바라고 누군가 망하기를 언제나 바라지만

개가 태어나고 나무가 자라고 건물은 높아지고 있다 하늘에는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해와 달이 뜨고 지고 운석은 충돌하지 않는다

어느 날인가 너무 어린 나는 망해 버린 세상을 보았다
그것은 꿈이었는데

거기서도 할머니는 하고 계셨다 깨끗이 씻고 계셨다 늙고 늙은 몸을 거대하고 축 늘어진 가슴을 들어 올리며

우리 할머니는 아직도 하신다 백 년 동안 움직여 온 그 입술로 내게 망할 것이라는 말씀을 자꾸만 하신다

나는 망하지 않아서 살아서
있다

/황인찬, 종의 기원






나는 망하지 않아서 살아서 있다 | 인스티즈



병든 것들은 늘 그랬다.
쉽게 칼날 같았고 쉽게 울었고 쉽게 무너졌다

이미 병들었는데 또 무엇이 아팠을까
병든 것들은 죽고 다시 오지 않았다
병든 것들은 차오르는 물속에서 죽음 이외에 또 무엇을 살았을까

다시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마른 날.
떠나온 길들이 아득했던 날 만난 붉은 지층.
왜 나는 떠나버린 것들이 모두 지층이 된다는 걸 몰랐을까

/허연, 지층의 황혼






나는 망하지 않아서 살아서 있다 | 인스티즈



너는 내 통증의 처음과 끝
너는 비극의 동의어이며

너와 나는 끝내 만날 리 없는
여름과 겨울

내가 다 없어지면
그때 너는 이쁘게 피어

/서덕준, 상사화 꽃말






나는 망하지 않아서 살아서 있다 | 인스티즈



나는 네가 비싸도 좋으니
거짓이 아니길 바란다

나는 네가 싸구려라도 좋으니
거짓이 아니길 바란다

만약 값비싼 거짓이거나
휘황찬란한 가짜라면
나는 네가 나를 끝까지
속일 수 있길 바란다

내 기꺼이 환하게 속아 넘어가 주마
함부로 애틋한 듯 속아 넘어가 주마

/정유희, 함부로 애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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