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재미난 건, 그렇게 서로를 노려보고 견제하며, 잡아먹을 것 같은 이들 댄서들이 경연이 끝나면, 서로를 응원하는 관계로 바뀐다는 것. 보여주는 재미만 더하는 단순한 기싸움이 아닌, 진정한 실력전을 보는 재미가 ‘스우파’의 진정한 재미이자 케미다. (중략)
그런데 여기에서 가슴 뭉클하게도 선배인 허니제이가 자기를 이긴 리헤이에게 먼저 다가가 포옹을 청한다. 더불어 그렇게나 싸늘하게 댄스 배틀을 함께 했던 사람인가 싶게, 리헤이 또한 그런 허니제이의 포옹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은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중략)
‘스우파’를 통해 솔직할 정도로 속내를 밝힌 허니제이의 인터뷰 내용을 들으면서 그녀가 한 말 중, “항상 같은 곳을 바라보고 춤을 췄지, 마주 보고 춘 적은 없다” 는 말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같은 무대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긴 시간 함께 땀을 흘렸을 정도로 끈끈했던 사이였지만, 이들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별까지 하게 된 걸까. 그리고 더 나아가 항상 같은 목표로 같은 꿈을 꾸고 한 방향을 바라봤던 이들이 오늘처럼 서로 마주 보고, 서로를 제대로 살펴보는 기회를 얻어봤다면 이 둘의 관계는 어떻게 나아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큰 갈등이 생기기 이전, 이들이 같은 방향이 아닌, 서로 마주 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은 다른 결론이 생기지 않았을까. 순간 우리의 일반적인 인간관계도 이와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었다. 우린 같은 팀이니까, 혹은 가족이니까, 같은 마음이라 생각했던 사이가 틀어지는 건, 그렇게 같은 방향만 무심하게 바라보기에, 마주 보는 배려의 시간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같은 방향에 서서 함께 바라보기까지, 같은 호흡과 방향을 쳐다보기 이전에 마주 봤던 시간을 우리는 잊고 사는 게 아닐까. 어찌 보면 그 마주 보며 맞춰나갔던 시간이 있었기에 같은 방향을 함께 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그러니 같은 방향의 내 편이라 생각되는 이가 요즘 버겁거나 함께 하기 힘들다면, 멈추고 시간을 내어 마주 보고, 상대의 상태를 천천히 바라보길 권한다. ‘스우파’의 멋진 댄서들처럼 마주 보고 춤추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왔다는 신호가 온 거다. 그렇게 멈춰서 상대를 천천히 바라보다 보면, 꼬인 혹은 답답한 관계의 해답이 힌트처럼 뾰족 얼굴을 내밀지 않을까. 허니제이와 리헤이의 ‘스우파’ 댄스배틀의 소회처럼 말이다. 전문 : https://www.bizhankook.com/bk/article/22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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