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이모(29)씨의 말이다. 그는 최근 짜장면과 탕수육을 포장하러 중국음식점에 갔다가 ‘포장비’ 2000원을 지불했다고 한다. 이씨는 “배달시키면 군만두 리뷰이벤트도 하는데, 포장비를 내느니 차라리 배달비를 내고 시키는 게 낫겠더라”고 말했다.
“설거지 비용까지 청구할 기세”
지난해부터 포장비 요구 업장이 많아졌다고 느꼈다는 B씨는 “플라스틱 용기 사용이 많아 ‘환경부담금’ 차원에서 포장비를 받는 줄 알았다. 근데 단순히 포장에 드는 비용을 받는 거더라”며 “나중엔 식당에서 먹으면 그릇 사용료, 설거지 비용까지 달라고 할 기세”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집에서 음식을 담을 용기를 가져갔는데도 포장비를 받는 매장도 있다. 감자탕 가게에 냄비를 들고 갔다가 거절당한 후 포장비를 요구받았다는 정모씨는 “포장 용품에 대한 비용도 아니고 ‘포장을 하는 행위’에 대한 비용을 요구하는 건지, 무슨 말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돼서 그냥 돌아왔다”며 “이런 식이면 집에서 재료 사다가 해 먹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심리적 거부감” vs “포장 비용 무시 못 해”
자영업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포장비 관련 글에서 한 작성자는 “오늘 포장 손님이 오셨는데 포장비 받는다고 난리 치셨다. 포장비용이 600원이라서 500원씩 받고 있다”고 적었다. 이 글에서는 포장비를 두고 댓글 공방이 벌어졌다.
“홀에서 먹으면 장소 제공, 물ㆍ밑반찬 주고 리필 시중들어주고, 테이블 정리하고 설거지까지 생각하면 포장 손님이 좋지 않나” “일부러 찾아오시는데 안 받는 게 맞다고 본다. 그 정도 메리트는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는 등 포장비를 받지 않는다는 업주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차라리 음식 가격을 올려라. 따로 포장비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손님들한텐 심리적으로 거부감이 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포장 손님에겐 오히려 5~10% 할인을 제공한다는 업주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반대 입장인 업주들은 “당연한 게 어디 있느냐, 엄연히 정해진 비용인데 뭐가 문제냐. 그게 싫으면 이용 안 하면 된다” “단가가 높으면 할인해도 남으니 안 받지만, 단가가 낮은 곳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꾸미 음식점을 운영 중인 40대 한모씨는 “아직 포장비를 받고 있진 않지만 자잘한 밑반찬 용기까지 생각하면 영세업체는 그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솔직히 포장비 받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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