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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년 전 (2022/1/27) 게시물이에요

이가 시린이야기 A 링크

https://instiz.net/pt/7088872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이가 시큰거렸다. 

 


 

처음엔 간질간질 하더니 어느새 욱신욱신 쑤시다가 결국은 그 시큰거림 때문에 잠도 못 이룰 정도가 되었다.

 

며칠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아려오는 아픔때문에 얼굴을 매만지다 

 

문득 통장 잔고가 떠올랐다. 

 


 

내 허리를 졸라매게 만들고 밥대신 라면을 끓이게 만들었던 내 통장잔고가 떠올랐다. 

 


 

하지만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 치과를 갔다. 

 


 

나는 치과를 가는 걸 싫어했다. 어렸을 때 부터 싫어했고 지금도 여전히 싫어한다. 

 

어릴 적 아버지가 내 이빨을 뽑는 방법은 조금 과격했다. 다른집에서처럼 실을 묶어서 문고리에 연결해 방문을 닫는다거나 

 

주의를 분산시킨 사이에 잽싸게 뽑는 방법이 아니었다. 

 


 

우리 아버지가 주로 쓰던 방법은 뺸찌로 흔들리는 이를 잡고 당긴다거나 이를 잡고 살살 흔들다 그대로 원투를 돌려버리는 방법이었다.

 

사실 별로 아프진 않았다. 하지만 겁이 많았던 나는 그때부터 치과에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얼굴을 천으로 가리고 내 입속을 들여다 보는 의사선생님은 입 속 대신 마음속을 들여다 보기라도 한 것처럼 말했다.

 


 

"충치가 심하시네요. 단 거 좋아하시나봐요.'

 


 

"으어.. 어거거거... "

 


 

내 입에서 손을 빼야 내가 대답을 하지.. 내 입을 떡하니 붙잡고 있으면서 말을 시키는 건 도대체 무슨 심리일까.. 

 


 

의사 선생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차트를 바라보았다.

 


 

".. 이빨 자주 안닦으시나 봐요?"

 


 

"아닌데야. 자자 닦난데야."

 


 

의사선생님은 여전히 내 입에 손을 집어넣은 채 물었다. 

 

간호사와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대충 이빨에 치석대신 화석이 끼어있는 것 같다. 크로마뇽인보다 치아 상태가 안좋다. 

 

별에서온 그대의 김수현이 조선시대부터 이빨을 안닦았으면 지금 이 환자랑 비슷하겠다. 

 

라는 내용이었다. 

 


 

왠지 수치심이 느껴졌다.

 


 

"신경치료를 해야 되는데 시리거나 아플 수도 있어요."

 


 

"... 그럼 안하면 안되요? 무서운데.."

 


 

의사선생님은 내 정신연령을 대충 파악했는지 아이를 달래듯 날 어르고 달래기 시작했다.

 


 

한참을 날 설득시킨 후 결국 신경치료가 시작되었고 나는 내 이빨에 기구가 닿기도 전에 요원의 총에 맞은 네오처럼

 

의자에서 벌떡거리기 시작했다.

 


 

"으어어어어어어어!"

 


 

당황한 의사선생님은 날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겨우 진정하고 나서야 다시 치료가 시작됐다. 눈을 천으로 가리고 있으니 

 

공포심이 몇 배나 더 크게 느껴졌다.

 


 

"살짝 따끔합니다."

 


 

"그어어어어어어억! 서앵임! 서앵임! 아흔데여! 아하요!"

 


 

야이 살짝 따금이라며? 지금 내 잇몸을 드릴로 뚫고 있는거 같은 느낌이야!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여전히 내 입의 

 

주도권은 의사선생님이 쥐고 있었고 결국 내가 할 수 있는건 방금 폭발한 활화산처럼 사방팔방으로 침을 튀기는 일 뿐이었다. 

 

겨우 치료가 끝났고 그 사이 의사 선생님은 몇 년은 늙어보였다. 

 


 

"다 끝났네요.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어요. 그럼 다음주 수요일에 오면 되나요?"

 


 

내 말에 의사선생님의 얼굴에 깊은 수심이 드리워졌다. 이놈을 또 만나야 한다니..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차라리 의사면허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망치로 이 놈의 강냉이를 다 털어버리고 매년 식목일에 만나 나무 심듯 

 

이빨을 하나씩 심어주는게 낫지 않을까. 라고 고뇌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쉬고 있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뭐하냐?"

 


 

"집이지."

 


 

"어제 밤에 애들 술먹었다더만 넌 같이 안마셨냐?"

 


 

"어제 밤에? 나홀로 있었지."

 


 

"아붜지는 퉥쉬드롸이붜?"

 


 

"... 그 말 안하나 했다. 하고 왜?"

 


 

"술먹자."

 


 

"안돼. 나 요새 치과다녀."

 


 

"내가 살건데? 참치 먹을건데?"

 


 

"어디로 가?"

 


 

결국 난 또 술을 마시러 나갔다. 한참 술을 마시던 친구는 울분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얼마전에 만난 여자친구와 또 싸웠다는 것이었다.

 


 

"거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매일 쌈빡질이냐?"

 


 

이미 거나하게 취해버린 친구는 꼬부라진 말투로 말했다.

 


 

"돡쳐. 이. 니가 사랑이 뭔지나 알아? 사랑은 말이야 화장실 변기야 이. 똥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미친.. 개똥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그렇게 친구는 한참동안 날 붙잡고 사랑에 대한 설교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술을 마시다보니 나도 어느새 취해버렸다. 

 

그러다 술을 따르고 있는데 친구가 이상한 눈으로 날 바라보더니 말했다.

 


 

"뭐냐 너? 너만 왜 소주에 뭐 타먹어?

 


 

"뭔소리야. 뭘 타먹어?"

 


 

난 술잔을 들어 안을 확인했다. 소주에선 왠지 붉은빛깔이 났다. 

 


 

"어. 뭐지 이거?"

 


 

자세히 보니 술잔에 빨간 액체가 묻어있었다. 뭔가 싶어 유심히 바라봤더니 피였다. 

 


 

"뭐야? 나 피나?"

 


 

"야. 너 입에서 피난다."

 


 

입주변을 손으로 슥 닦으니 손에 피가 묻어나왔다. 잇몸에서 피가 질질 새고 있었다. 

 


 

"어 잇몸에서 피나네."

 


 

"뭐야 괜찮아?"

 


 

하지만 이미 취해버린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괜찮아. 괜찮아. 잇몸에서 피가 좀 샐수도 있지. 요실금만 아니면 돼 우리 나이엔."

 


 

그 후로 한참동안 술을 마시다 만취상태로 돌아간 난 침대에 누워 잇몸을 혀로 훑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나는 늦잠을 잤고 내 방에 들어온 어머니의 비명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깜짝 놀라 거울을 보니 입주변에 피가 흥건했다. 어머니는 내가 피살당한줄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빨의 통증이 재발했다. 

 


 

결국 난 그 날 다시 병원을 찾았고 의사 선생님은 날 보고 왜 벌써 왔냐며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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