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7월4일 임명되고 35일 만인 8일 결국 사퇴했다. 만 5살 초등학교 입학과 외고 폐지 등 학제 개편 졸속 추진 논란으로 ‘민심이 돌아서게 한 책임’을 물어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조만간 10%대로 내려갈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지금, 대형 사고를 친 부총리라도 바꿔 쇄신 의지를 보이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부총리 하나 경질하는 것으로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되고, 정권 출범 100일도 안 돼 벌써 세번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해야 하는 현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분석과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박 부총리가 추진하려던 학제 개편안은 두쪽으로 갈라진 여론 지형에서 ‘만 5살 조기취학 반대’로 국민 대통합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에 따르면, 교직원·학생·학부모 등 13만1070명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7.9%가 만 5살 취학에 반대했다고 한다. 일개 공무원도 아닌 사회부총리 겸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로드맵까지 제시하고, 대통령이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향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한 정책이었다. 부총리와 대통령 사이에 ‘합의’된 정책이 국민 상식과 정서에 완전히 반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교육정책을 조금이라도 다뤄본 사람이라면, 조기취학 같은 학제 개편이 애드벌룬 한번 안 띄워보고 막 던질 정책은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학제 개편은 고사하고, 교육과정 개편으로 과목별 수업 시수를 한시간 넣고 뺄 때도 교육계는 전쟁터가 된다. 학교와 어린이집·유치원의 이해관계를 동시에 건드리는 학제 개편을 아무런 예고도 대책도 없이 발표한 것은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말도 과찬인 사고다. 더욱이 어느 정치인도 무시할 수 없는 유권자 집단인 학부모들까지 용산으로 쫓아갈 ‘뜨거운 감자’였다. 보수든 진보든 교육정책에 섣불리 손댔다가는 크게 덴다는 것 정도는 교육계의 불문율이다. 사회적 합의가 어려울 줄 알면서도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면, 학제 개편 논란을 통해 윤석열 정부 교육정책 결정권자들이 교육을 모를뿐더러, 기본적인 수준의 정무감각도 없다는 점이 명확해진 셈이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53955.html
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