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보다 중요한 것: 중간을 견디는 힘
나는 개인적으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무척 신뢰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중간이 가장 넘기기 어렵다'는 것도 자주 느낀다. 무엇이든 언젠가 하고 싶었던 마음을 기억하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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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무척 신뢰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중간이 가장 넘기기 어렵다’는 것도 자주 느낀다. 무엇이든 언젠가 하고 싶었던 마음을 기억하고 있다면 일단 시작하는 게 어려울 뿐, 시작하고 나서는 시작이 주는 힘에 이끌려가게 된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달리 말해 나머지 반은 ‘시작의 힘’ 없이 스스로 이끌고 가야 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는 듯하다.
인내심이나 끈기가 있다는 것은 사실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는 능력에 가깝다.
“이것 봐, 나는 안 되잖아. 역시 아무 의미 없잖아. 내가 그렇게 힘들게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없잖아. 나는 맞지 않는 거야.”
이런 의문들이 쏟아질 때, 그냥 믿고 계속하는 것이다. 그렇게 ‘중간’을 넘기고 나면, 서서히 노력의 의미랄 것을 조금씩 만나게 된다. 이해되지 않던 것들이 이해되고, 통합되고, 응용된다.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것들이 가능해 보인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의 반응이랄 것을 조금씩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 또 9부 능선까지는 달릴 수 있게 된다. 9부 능선까지 달리면, 대개 마지막까지 가게 된다.
(중략) 중간의 지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하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냥 하는 것이다. 마음 속에 어떤 의심이 들고, 의욕 상실의 늪을 헤매고, 절망감이나 좌절감이 앞설 때도 그냥 하는 것이다. 다른 걸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는 것이다. 중간의 지옥을 빠져나오는 유일한 방법은, 그냥 하는 것이다.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일이 내게 어울리는 것일까, 이게 나의 길인가, 내가 올바른 선택을 했는가 고민하게 된다. 어떤 일이든 중간의 지옥을 지나 보지 않으면, 그 일이 나에게 어울리는지조차 알 수 없다. (중략) 그래서 나는 모든 일에서, 슬슬 중간 지점에 다다랐다고 느끼면 곧 이 일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에 사로잡힌다. 이 일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통과해야만 한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원문 : 문화평론가 정지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