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길(이병헌)
전하.. 신의 학식과 경륜이 짧아
전하의 성심을 온전히 글로 옮기지 못했사옵니다.
고쳐야 할 곳이 있으면 하명해 주시옵소서.

(말없이 신하들을 바라보는 인조)

김상헌(김윤식)
이 문서가 정녕 살자는 문서이옵니까?
전하, 명길의 문서는 살자는 글이 아니라..

(김상헌이 말을 끊으며)
그러하옵니다.
신의 문서는 글이 아니라, 길이옵니다.
전하께서 밟고 걸어야 할 길이옵니다.

김상헌
지금 전하의 군사들은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죽기로 성첩을 지키고 있사옵니다!

최명길
성첩 위 군사들은
이미 추위와 굶주림에
기력을 잃어가고 있사옵니다..

김상헌
내일이 보름이옵니다.
오늘 밤 반드시 검단산에 봉화가 오르고
근왕병들이 성을 향해 달려올 것이옵니다!

최명길
오늘 답서를 보내지 않으면..
칸의 대군이 성벽을 넘어 들어와
세상은 모두 불타고 무너져버릴 것이옵니다.

김상헌
하룻밤이옵니다!
하룻밤을 버티지 못하고
어찌 먼저 무릎을 꿇으려 하시옵니까!

최명길
그 하룻밤에 온 세상이 무너질 수 있사옵니다.
상헌은 우뚝하고, 신은 비루하며
상헌은 충직하고, 신은 불민한 줄 아오나!..
내일 신을 죽이시더라도..
오늘 신의 문서를 칸에게 보내주소서.

김상헌
명길이 칸을 황제로 칭하고
전하를 칸의 신하로 칭했으니,
전하께서는 명길의 문서를
두 손에 받쳐 들고
칸 앞에 엎드리시겠사옵니까?
무릎을 꿇고 술을 따르라 명한다면
칸에게 술을 따라 올리시겠사옵니까?!

최명길
전하..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못할 짓이 없는 것과 같이
약한 자 또한 살아남기 위해
못할 짓이 없는 것이옵니다.

김상헌
정녕 명길이 말하는 것이
전하가 살아서 걸어가시고자 하는 길이옵니까?

최명길
상헌의 말은 지극히 의로우나
그것은 그저 말에 지나지 않사옵니다!
상헌은 말을 중히 여기고,
삶을 가벼이 여기는 자이옵니다.

김상헌
명길이 말하는 삶은 곧 죽음이 옵니다.
신은 차라리 가벼운 죽음으로
죽음보다 더 무거운 삶을 지탱하려 하옵니다.

최명길
죽음은 가볍지 않사옵니다, 전하!
상헌이 말하는 죽음으로써
삶을 지탱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김상헌
명길은 삶을 죽음과 구분하지 못하고
삶을 죽음과 뒤섞어
삶을 욕되게 하는 자이옵니다!

최명길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사옵니다!
전하, 만백성과 함께 죽음을 각오하지 마시옵소서!

김상헌
(울먹이며)
한 나라의 군왕이!!
오랑캐에 맞서 떳떳한 죽음을 맞을지언정
어찌 만백성이 보는 앞에서
치욕스러운 삶을 구걸하려 하시옵니까!?
신은 그런 임금은 차마 받들 수도,
지켜볼 수도 없으니,
지금 이 자리에서 신의 목을 베소서...

최명길
무엇이 임금이옵니까?!
오랑캐에 발 밑을 기어서라도
제 나라 백성이 살아서 걸어갈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자만이!!
비로소 신하와 백성이..
마음으로 따를 수 있는 임금이옵니다!
지금 신의 목을 먼저 베시고,
부디 전하께서 이 치욕을!..
견뎌주소서...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구는 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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