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의 빽빽한 빌딩 숲 사이에 들어선 '호텔명동역'은 주변 풍경에 맞추기보다 그 안에 머무는 사람의 경험을 중심에 두며 독자적인 형태를 완성했는데요. 일반적인 건축이 땅의 조건이나 주변과의 어울림에서 출발하는 것과 달리 ‘초소형 숙박 유닛’ 자체를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여기서 유닛은 같은 구조를 반복해 사용하는 하나의 객실 단위를 뜻하는데요. 침대, 수납장, 테이블, 욕실을 하나로 결합한 밀도 높은 구조를 먼저 만들고, 이러한 방 29개를 복도를 중심으로 쌓아 올리면서 건물의 전체 모습이 결정되었어요.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내부의 쓰임을 우선한, 자율적이면서도 논리적인 구성입니다.
외관은 물결처럼 이어지는 곡선으로 이루어져 도심 속에 부드러운 리듬을 만듭니다. 이 형태는 설계 초기 단계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건물 덩어리의 가장 효율적인 형태를 여러 방식으로 시험한 뒤, 실제 사람이 머무는 환경—잠자는 방향과 빛이 들어오는 각도—을 고려해 다시 다듬은 결과예요.
건물의 바깥을 감싸는 외장재로 가볍고 단단한 플라스틱(ABS)가 사용되었는데, 레고 블록처럼 견고하면서도 형태를 다양하게 만들기 쉬운 재입니다. 이 외장 패널은 컴퓨터로 정밀하게 깎아 만드는 방식과, 열을 가한 재료를 틀에 밀착시켜 곡선을 만드는 방식을 함께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실내는 전통 문양에서 착안한 침대 머리맡의 패널이 시선을 끄는데요. 이 요소는 장식에 그치지 않고 문양 사이의 틈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고, 외부에서 내부가 직접 보이지 않도록 시선을 부드럽게 걸러주는 역할까지 수행합니다.
‘호텔명동역’은 밀도 높은 도시에서 제한된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이면서도 아름답게 채울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어요. 명동 거리에서 이 건물을 마주한다면, 건물 뒤에 숨은 설계의 논리를 함께 떠올려보시기 바라요.
📌 호텔명동역
- 서울시 중구 퇴계로18길 13
- 설계 및 자료 / 이용주건축스튜디오 (@yongjulee.arch)
- 설계 기간 / 2025. 1. ~ 3.
- 시공 기간 / 2025. 4. ~ 9.
- 사진 / ©Bae Jihun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