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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채로도 잘 살 수 있다>

 

구멍이 점점 뚜렷이 보인다면 환영할 일이야. 이제야 자기 모습을 제대로 본다는 거니까.

이젠 받아들여. 네가 너의 구멍을, 네가 너를.

지금 너의 문제는 구멍이 났다는 게 아니라 구멍이 나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걸 믿지 못하는 거야.

그런데 말이야. 신은 그렇게까지 대책 없는 구조로 인간을 설계하지 않았거든.

인간의 영혼은 벽돌담이 아니라 그물 같은 거야.

빈틈 없이 쌓아올려서 구멍이 생기면 와르르 무너지는 게 아니라 그물처럼 구멍이 나서 ‘무엇’이 새로 들어올 수 있게 하는 거야.

바로 그 ‘무엇’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가.

그렇게 조금씩 영혼이 자라는 거지.

사람의 영혼은 자랄수록 단단해져.

구멍이 난 채로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어.

오히려 그 덕에 잘 살 수 있어.

정말이야.

믿어도 좋아.

 

유선경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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