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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할 때까지 태울 수 있다'…법 만든 지 7년, 병원은 또 간호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 서울일
경기도 광주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던 20대 간호사가 선배들의 이른바 '태움' 괴롭힘에 시달리다 지난달 초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고인은 2023년 입사 직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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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하고 시정지시까지 받았지만 가해자는 전원 근무 중…'태움'이 무너뜨린 것은 한 생명과 수만 명의 경력이다
경기도 광주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던 20대 간호사가 선배들의 이른바 '태움' 괴롭힘에 시달리다 지난달 초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고인은 2023년 입사 직후부터 동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살할 때까지 태울 수 있다는 폭언까지 들으며 3년 가까이 괴롭힘을 견뎌온 것으로 전해졌다.
더 참담한 것은 제도가 작동한 뒤의 결말이다. 고인은 지난해 4월 퇴사하면서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고 판단위원회는 일부 사실을 인정해 병원에 시정을 지시했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전원 병원에 그대로 근무했고, 고인은 이 소식을 접한 뒤 세상을 등졌다. 신고와 인정, 시정지시라는 절차가 모두 이행되고도 피해자만 사라진 셈이다.
병원 측은 부서 이동을 제안했으나 피해자가 원하지 않았고 노동부 시정지시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가해자가 온전히 자리를 지키는 조치를 과연 조치라 부를 수 있는지, 책임을 피해자의 선택으로 돌리는 해명이야말로 태움을 존속시켜온 병원 조직문화의 민낯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파장은 정부 최고위선까지 번졌다. 대통령은 1일 교육·관행·조직문화 어떤 이름으로도 태움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끔찍한 폭력이라며 해당 병원에 대한 즉각적인 근로감독과 함께 유사 위험 의료기관에 대한 무작위 불시 기획감독을 지시했고, 경찰에는 불법행위 여부를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하라고 주문했다. 고용노동부는 같은 날 경기지방노동청·성남지청을 통해 해당 병원 기획감독에 착수하고 전 직원 대상 추가 피해 조사와 함께 괴롭힘 신고가 잦은 중소 병·의원 추가 감독도 예고했다.
그러나 태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8년 서울 대형병원 신입 간호사 사망으로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이듬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까지 시행됐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50.8%가 최근 1년 내 인권침해를 경험했고 그중 71.8%는 아무 대응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찍히면 끝이라는 보복 공포가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태움은 생명을 앗아갈 뿐 아니라 간호 인력 경력단절의 주범이기도 하다. 간호사 평균 근무연수는 7년 8개월로 일반 직장인의 절반에 불과하고, 1년 미만 신규 간호사 사직률은 30%를 훌쩍 넘는다. 사직자의 절대다수가 5년 미만 경력자이며, 실태조사에서도 피해자의 65.3%가 휴직·사직을 고민했다고 답했다. 국가가 막대한 비용으로 길러낸 전문 인력이 괴롭힘 하나로 현장을 떠나고, 그 빈자리가 남은 인력의 과로와 또 다른 태움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의료 현장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바로 고도원 변호사는 사용자가 괴롭힘을 인지하고도 가해자 분리 등 실효적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면 근로기준법 위반은 물론 유족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며, 시정지시 이행 여부에 대한 사후 검증 없는 현행 제도로는 제2, 제3의 희생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문제는 감독이 아니라 구조다. 만성적 인력 부족과 교육 없는 현장 투입, 수직적 위계가 태움을 재생산하는 한, 불시감독과 컨설팅만으로 비극의 고리는 끊기지 않는다. 죽음이 있어야만 움직이는 정부와, 시정지시서 한 장으로 면죄부를 얻는 병원이 바뀌지 않는 한 다음 희생자는 이미 예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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