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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직 청춘인거 맞죠? (부제:끝 다음 시작) | 인스티즈

 

 

 

 

" 너 신입인거 티내? 너 여가와서 제대로 한 일이 대체 뭐야 "

 

 

 

이게 무슨 소리냐구?

 

 

 

뻑뻑한 눈으로 열심히 타이핑을 치고있는데 누군가 내 책상을 쾅 치는거야

깜짝놀라서 올려다보니까 우리과 과장 불독이더라구

아 물론 진짜 이름이 불독이란건 아니고 생긴게 꼭 불독같이생겼어

저 맘에 안드는게 생기면 어김없이 그릉대는 불독.

 

 

 

“ 무슨 문제라도.. ”

 

 

 

“ 오늘까지 결제서류 보고하랬지 내가 언제 그래표 통계내서 가

져오랬어 어? ”

 

 

 

“ 죄송합니다 바로 다시 하겠습니다 ”

 

 

 

불독이 제자리로 가고 그제서야 안심이 좀 됐는지 눈물이 눈을 꽉꽉 채우더라

깨지는게 한두번도 아닌데 왜 그때마다 울음이 나는지

내성이 생길때도 생겼는데 아직인가봐

전공한 과가 회사에선 아무 쓸모짝에도 없는걸 알았을때가 입사 이후로 처음혼났던 날인데

그때하고 지금하고 서러운 정도는 별반다를게없어

 

 

 

그 뒤로도 왕창 깨졌지 뭐

한번 미움살 받으니까 별에 별걸 다 잡고 늘어지더라

하다하다 커피에 물을 왜이렇게 많이 탔냐고 뭐라뭐라 해대는데

드라마에서 사표쓰는 사람들 심정이 이해가 갔다니까

 

 

 

-

 

 

 

눈치보고 겨우한다해도 퇴근하는 길은 진짜 꿀이야 꿀

회사는 먹같이도 싫은데 퇴근하면 버스 지나다니고, 사람들 소리나고, 캄캄한 밤냄새 나는거

그거 진짜좋아해 아. 물론 지옥철 타기 전까지는

아침보다야 덜하지만 퇴근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은 진짜..극한체험이 따로없어

 

 

 

‘ 지잉-지잉- ’

 

 

‘ 정수정 ’

 

 

“ 헐 수정아! "

 

반가운 마음에 걷다가 멈추기까지 하며 전화를 받는데,

 

 

 

 

“ 신입사원인거 티내나 얼굴이 왜이렇게 죽상이야? "

 

 

 

-

 

“ 와 오늘 너 때문에 살았다 나 오늘 진짜 지하철 타기 싫었거든! ”

 

우리 아직 청춘인거 맞죠? (부제:끝 다음 시작) | 인스티즈

 

" 나같은 친구 없다 생각하고 감사히 타라고 그러니까 ”

 

“ 나도 얼른 차 사야지 안돼겠어 ”

 

“ 그 박봉에 차를? 야 차라리 별을딴다그래 ”

 

“ 비웃냐? 에라이.. 나도 너처럼 공무원이나 할껄 ”

 

“ 미친년 너도 검사 해볼래? 살 부비며 하는 일이 좋았지 살 부대끼는

일인줄은 몰랐어 “

 

“ 그떄 그냥 확 너 따라서 사법시험을 봐야했는데 그치? ”

 

 

 

구두를 벗고 조수석 자리를 내가 편한대로 조절하자 이제야 살것같은거 있지

그동안 정신없이 바쁜터라 근 몇달간 얼굴을 통 못봤는데

이렇게 키득거리며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쓰고 눈치보지 않는 대화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몰라

 

 

 

“ 큼큼, 그때 니가 걔랑 같은 검사는 안할..”

 

“ 야야 그만그만 나 오늘도 울 일 엄청많았어 ”

 

 

 

 

물론 이런얘긴 그립진 않았고

 

 

 

-

“ 이모 여기 매운족발 그냥족발 반반이랑 막걸리! ”

 

 

 

수정이가 바로 옆동네에 살거든? 아 생각해보니까 얘 소개를 안했네

얘는 수정이 정수정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같은학교나온 제일친한친구야

이때 하면 할얘기 엄청많은데 그건 다음에 얘기할게!

우리 회사 근처 법원에서 근무한다는건 아까 말했고..

아, 남자친구있어 같이 욕할까? ㅋㅋㅋㅋㅋㅋ

 

 

 

금새 주문한 족발이 나왔는데 와 때깔이 예술이야

젓가락 몇 번 왔다갔다거리고 막걸리 잔 몇 번 왔다갔다하니까

벌써 9시가 넘어가려하는거야 내일 또 출근이니까

오늘은 이만 들어가자 싶어서 일어나자고 말하려는데,

 

 

 

“ 변백현 이번에 우리 법원으로 발령났어. 어제 처음 얼굴봤고 ”

 

 

 

고작 이름석자에 가슴 철렁하게하는건 여전하구나 너

 

 

 

“ ..그래? 반가웠겠네 ”

 

“ 너 얘기 묻더라 ”

 

 

 

들고 있던 계산서를 하마터면 놓칠뻔해서 손에 힘을 꽉쥐었어

 

 

 

“ ..뭐라했어? ”

 

“ 너 전화번호 알려줬어. 나 너한테 그정도는 해도 되는 친구라고 생각해 ”

 

“ ..잘했다 개새끼야 ”

 

" 제일 예쁜나이에 만나서 그만큼 만났고 이만큼 속앓이했으면 제 자리 찾을때 됐다싶어 난 "

 

" 제자리 찾을 일 없어 "

 

“ 맘에도 없는 소리하지 마 티나는 거짓말 안하니만 못해

내가 엄청난 실수했다 치고, 계산은 내가 한다? ”

 

 

 

그게 실수냐 거지새끼야

 

 

 

입은 정장과 어울리지도않게 총총대며 걸어가는 정수정 뒷모습에

심란하다가도 픽 하고 웃음이나더라

 

 

 

-

“ 내가 집 앞까지 태워다준다니까! ”

 

“ 걸어서 5분이야! 너도 차 두고 그냥 걸어가지?

그래도 술마셨잖아 “

 

“ 차타고 5분이야! ”

 

“ 참나..잘먹었어 오늘 금요일날 퇴근하고 전화해 ”

 

“  무슨. ㅇㅇㅇ번호값이 그정도는 해야지 안그래? ”

 

“ 못살아 진짜 얼른가! 조심해서! ”

 

“ 오키오키! 카톡한다! "

 

 

 

수정이가 가고 오늘 얼마나 반가웠으면 ‘고딩때면 우리집에서 자고 같이 학교가는건데..’

하고 생각했다니까? 예전엔 당연하던 일이 이젠 겨우 상상이나 해볼 일이 된게

아직도 실감이나질 않아

 

 

 

하아-  하자 벌써 입김이 나는 날씨더라

어쩐지 춥더라니.. 땀 삐질거리면서

뛰어다니던게 엊그제같은데 이제 진짜 겨울인가봐

괜히 센치해진 마음에 수정이 잘들어갔는지 전화나하려고

핸드폰을 키는데,

 

 

 

 

 

 

 

 

 

 

[ 부재중 전화 1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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